Who am I ?!/Book2019. 3.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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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하정우>


.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든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무(無)'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일 테다.


.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농담처럼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걷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내 몸의 땀냄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꿉꿉한 체취, 왁자한 소리들, 먼지와 피로, 상처와 통증... 오히려 조금은 피곤하고 지루하고 아픈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 기분을 전환하는 법은 저마다 다르다. 이럴 때 나는 부작용 걱정 없는 걷기를 선택하는 편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추워지면 외투를 입는 것처럼 나는 기분에 문제가 생기면 가볍게 걸어본다. '아 모르겠다. 일단 걷고 돌아와서 마저 고민하자'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 걸을 때 하중이 거의 없이 가뿐한 상태. 이것이 내가 유지해야 할 최적의 몸무게다.


.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방기'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적어도 일할 때처럼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 내 요리의 치트키는 '고수'다. 오이무침에 고수를 넣으면 어마어마한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나는 라면에도 고수를 넣는다. 좀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맛으로 탈바꿈한다.


. 라면을 오가닉하게 먹는 방법. 우선 나는 라면을 끓이기 전에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파를 넣어서 파기름을 낸다. 이 파기름에 라면수프를 넣어서 소스를 만들듯이 저어주다가 물을 넣고 끓인다. 그러면 생면처럼 약간 오가닉한 맛이 난다.


. 바삭바삭 감자칩 가니시 샐러드. 샐러드에 좀 색다른 맛을 내보고 싶다면 먹다 남은 감자칩을 잘게 부숴서 가니시처럼 뿌려 먹어도 맛있다. 짭짤한 맛을 내면서도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려주기 때문에 감자칩 샐러드를 먹으면 기분이 명랑해진다.


. 요리가 좋은 건 이번 한끼를 애매하게 실패했다 해도, 반드시 만회할 다음 기회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 맛집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배운 신의 한 수: 쌀뜨물로 끓인 미역국, 들기름으로 끓인 북엇국


.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 단순한 행동과 결심은 힘이 세다. 걷기가 습관이 되면 굳이 고민하지 않고 결심하지 않아도 몸이 절로 움직인다.


. 꼰대가 되지 않는 법. 자리를 비워주는 사람이 아름답다. 제작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지 잘 알아야 한다. 아무리 영화의 허점과 결점이 눈에 띄더라도 입을 열 타이밍이 따로 있다. 그 타이밍이 오기 전에는 절대 입을 떼면 안 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에 뛰어든 각 파트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각자의 꽃을 만개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억지로 꽃봉오리를 벌리고 꿀벌을 밀어넣어서 될 일이 아니다. 제작자의 사명은 사람드링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잘 마련해주고 그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다.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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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