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Book2011. 6. 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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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中..

 

#8.

 

'나 자신을 다스려야 해.

 

난 한번 결심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야.'

 

그랬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일을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밀고 나갔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과만 하면 간단히 끝날 분화를 계속 끈다거나,

 

관계가 밋밋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먼저

 

끝내 전화를 걸지 않는다거나 하는.

 

가장 쉬운일에서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자신이 강하며 무심하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잘한 결점들과 싸우느라 지쳐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쉽게 무너졌다.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려 애쓰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자기 자신이 되는데 힘써야할 힘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타인들 또한 자신이 만든 방어막 속에 갇혀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좀더 삶에 개방적인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을 즉각 거부하거나,

 

열등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매도하여 상처를 입혔다.

 

 

 

 

좋다,

 

고집과 결단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 도달한 곳은..?

 

 

공허, 완전한 고독. 죽음의 앙티샹브르.

 

 

 

 

#9.

 

만약 미친 사람이 넥타이는 무엇에 쓰는거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 쓸모도 없는 거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거야.

 

노예처럼 일한느 사람이나

 

힘과 거만함의 상징이 되어버려 이젠 장식적인 역할도 못하니까.

 

쓸모가 있는때는,

 

집에 들어가서 그걸 풀어버릴 때뿐이지.

 

해방감을 주니까.

 

뭔가 구속에서 벗어난 것 같고. 그게 뭔지 모르는게 문제긴 하지만.

 

 

그 안도감으로 넥타이의 존재가 정당화될수 있냐구? 아니지.

 

그렇지만,

 

미친사람과 정상인을 놓고 내가 목에 매고있는게 뭐냐고 물었을때,

 

'넥타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정상인으로 간주될거야.

 

중요한건 옳은 답이 아니라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답이니까.

 

 

 

 

#10.

 

Amertume. 쓴맛, 회한, 쓰라림, 슬픔.

 

발병 원인은 사람들이 흔히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공포.

 

외부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침투해 들어올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세우려 하는 사람들은 외부 세계

 

(모르는 사람, 낯선 장소, 새로운 경험) 에 대한 방어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정작 내부 세계는 방치해둔다.

 

바로 그 틈을 타서 Amertume은 내부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기 시작한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차츰차츰 모든 욕망을 상실하게 되고,

 

몇년이 지나면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 줄 높은 벽들을 쌓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버렸기 때문이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급급하다보니,

 

내적인 발전마저도 한정시켜버린 것이다.

 

 

그들은 계속 직장에 나가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교통이 막힌다고 불평을 늫어놓고, 자식들을 낳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조금의 내적 동요도 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므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아무런 욕망도 느낄 수 없다.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았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Amertume은 언제나 영웅들과 미친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다.

 

위험에 초연한 그들은 살거나 죽는 일에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위험하니 더 멀리 나아가지 말라고 말려도,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미친 사람들은 자살을 했고, 영웅은 대의에 몸을 바쳤다.

 

그들 둘다 그렇게 죽어갔다.

 

그들 운명의 부조리함과 영광에 대해 이야기하다 밤낮을 보냈다.

 

그것이 자신의 방어벽을 넘어 외부세계를 일별할 용기는 내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지쳐 일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갔다.

 

 

만성적인 중독자들은 일주일에 단 한번, 일요일 오후에만 자신이

 

병자라는 사실을 의식했다.

 

이 시간대에는 자신의 증상을 잊게 해줄 일이나 일상적인 잡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그때에야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오후의 평온은 진저리나는 것이었고,

 

시간은 도통 흐르지 않았으며,

 

내부에 쌓여있던 짜증은 거침없이 분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느니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느니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증상을 곧 잊어버렸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병의 유일한 장점은

 

그것이 이미 정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독의 정도가 너무 심해 환자의 행동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격리가 필요치 않았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놓은 높은 벽들로,

 

겉보기에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어서,

 

외부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사회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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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