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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종중 구성원을 남성으로 제한하는 관습법은 유효한가?"

[청구 취지 및 원고의 주장] 피고 종회 소유 재산의 처분에 따른 이익의 분배를 받기 위하여 원고가 피고 총회의 회원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구하면서, 피고 종중규약에서 회원의 자격을 남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들도 당연히 피고 종회의 회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진다고 주장함

 

[원심판결] 원고의 청구 기각

종래 관습상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인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적 집단으로서 혈족이 아닌 자나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고,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자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종회의 결의에 따라 제정된 회칙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의 종중규약이 회원의 자격을 명시적으로 남자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여성도 피고 종회의 회원 자격을 갖는다고 할 수는 없다.

 

[종중에 대한 기존 판례]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남자만 종원이 될 수 있다는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음

종중의 의미: 관습상의 단체인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효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인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적 집단

종원의 자격: 종원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어서 종원 중 일부를 종원으로 취급하지 않거나 일부 종원에 대하여 종원의 자격을 영원히 박탈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는 것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혈족이 아닌 자나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2. 대법원 판단

[관습법의 성립요건]

관행의 존재, 관행이 사회적으로 거듭되어 사회생활규범이 됨, 법적 확신이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강행되어 짐, 법령에 저촉되지 않을 것,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않을 것(정당성, 합리성)

 

[관습법과 관련한 기초사정의 변화]

일반 사회인식 변화: 산업화, 핵가족화에 따른 종중에 대한 일반 사회인식 변화, 여성도 제사에 참여 가능, 성년 여성에게도 종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종중이 상당수 등장

사회 법질서 변화: 1980.10.27. 헌법개정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초로 양성평등에 대한 헌법적 의지 표현, 2005.3.31. 양성평등 위반을 이유로 호주제 폐지

 

[관습법의 효력판단]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않을 것(정당성, 합리성) -> 종래 관습법의 효력 상실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효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이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법적 효력을 잃게 되었다."

 

[종중 구성원의 자격에 대한 판단]

민법 제1: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대법원: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

 

[참고: 별개의견]

종중은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단체임을 강조하여 제211항의 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호를 받는 집단이며, 헌법 제9조의 국가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 의무에 비추어 보호받는 집단

그 구성원에 관한 합법성 판단에 고려할 요소는 '남녀평등'만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어떤 사적 자치단체의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함에 있어서 구성원으로 포괄되는 자의 신념이나 의사에 관계없이 인위적, 강제적으로 누구든지 구성원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조리는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하여서도 안된다. 어디에도 성년의 여자를 회원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바, 그 가입을 거부할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원고들은 가입의사를 표명함으로써 피고 종회 회원자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 종중은 사적 자치단체이기에 조리에 의해 판단되어서는 안되며, 여성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회원자격이 주어진다.

 

3. 검토

[관습법 vs 사실인 관습]

사실인 관습: 특정사회에서 습관적으로 준수되는 사실과 관행으로부터 축적된 규칙으로 일정한 행동에 대한 사실적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일정한 행동양식

관습법: 관습에 구속력을 수반하고 그 위반에 제재를 동반하는 일정한 행위지시

대판 1983.6.14 선고804231: 관습법은 "법원으로서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 관습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고 사실인 관습은 "법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단순한 관행으로서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함에 그치는 것"

 

[관습이 관습법화 되기 위한 요건]

1983.6.14 선고804231(가정의례준칙 판결):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2003.7.24 선고200148781(상속회복청구권 판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이라는 요건에 '정당성''합리성'이라는 적극적 요건도 추가

=> 승인설에 가까운 태도

 

[관행설 vs 승인설]

관행설: 관행에서 규범이 도출될 수 없음, 무어의 지적 "횡단보도 앞 일단정지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관행일 뿐, 결고 규범이 될 수는 없음

승인설: 관습법의 효력이 법원에 의해 판단되면 그 효력을 행위 당시로 소급적용 해야 함, 관습법의 판례법화로 인해 법관의 자의가 횡행할 수 있음

=> 관습법은 성립요건에 있어서 국가의 승인여부와 관계없이 관행과 법적 확신만 존재하면 성립, 법원은 이미 성립한 관습법의 존재를 판결을 통해 소극적으로 확인하는 역할

 

4. 결론

남성만이 종원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관습법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

=> 그러나 그 이유에 있어 '법원이 판단하여 봤을 때, 법질서에 합치될 것'은 관습법의 본질상 관습법의 요건으로 보기는 힘들다. 결국 사회인식 및 환경의 변화로 종래 관습법은 법적확신을 상실하여 더이상 관습법이 아니게 되었고, 그에 따라 법원으로 쓰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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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