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I. 사실관계와 각 법원의 판결
1. 사실관계
- 원고는 임대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대한주택공사이다. 원고는 1999년 2월 19일 임대주택 한 채(24평형)에 관해 피고 A와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A에게는 아버지 피고 B가 있다. 피고 B는 1999년 6월 1일 위 임대주택에 입주하여 지금까지 홀로 살고 있다. 피고 A는 피고 B의 둘째 딸로서 1988년 9월 16일 혼인한 이후 따로 살고 있다. 당시 시행되고 있던 구 임대주택법이 규정한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하자 원고는 위 임대주택 전부를 분양전환하기로 하였다. 구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는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를 “입주일 이후부터 분양전환 당시까지 당해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임대주택의 계약상 임차인인 피고 A 부부는 이미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위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었다. 이에 피고 B는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의 명의자는 형식상 딸로 되어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자신이 거주하기 위해 임차한 것이며, 자신이 계속해서 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임대주택을 자신의 명의로 분양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 B의 요청을 거절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임대주택의 명도를 청구하였다.
2. 관련법 규정
- 구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이 경과된 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무주택세대주인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하여야 한다.
- 현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1호: 무주택자인 임차인(계약당사자 혹은 실제로 임차료를 지불하고 임대주택에 거주한 자)
3. 고등법원의 판결: 원고(대한주택공사)의 청구기각
- 거주자의 딸이 자신의 명의로 아버지의 주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규제를 회피하려 하였던 것이 아니고, 다만 법적권리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4. 대법원의 판결: 원심판결 파기,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
-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한 자는 피고 1이고 그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 명의도 피고 1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특별히 타인을 위한 '대리행위'라든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체결되는 것이라는 등의 사정은 전혀 나타나있지 않은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주택법이 규율하는 바대로 일정한 자격요건과 필요한 구비서류들을 갖추어 체결되었을 터인데 그러한 것들을 모두 피고 1을 기준으로 구비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피고 2가 자신의 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피고 1에게 임대차계약 체결을 부탁하였음에도 피고 1이 계약과정에서 단지 '실수로' 업무를 잘못 처리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원심이 채용한 을 제3호증이 있기는 하나 이는 피고 1 본인의 인증자술서에 불과하여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 1이 원심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피고 2의 보증채무를 피하기 위하여 피고 1이 피고 2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 피고 1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것에 의하면 피고들은 대외적인 법률행윈느 피고 2의 명의로는 하지 않을 의도였다고 추측되는 점, 피고측이 주장하는 특수한 사정들이란 모두 그들 내부의 문제에 불과할 뿐이고 계약당시 원고측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계약의 명의와 관계없이 계약당사자를 피고 2로 한다거나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아예 직접 피고 2에게 귀속시키기로 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증거자료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위한 보증금이 피고 2의 자금이었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앞서 본대로 피고 1의 자술서인 을 제3호증이 있을 뿐 금유자료 등의 객관적인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점, 피고 2가 이 사건 임대주택에 주민등록을 하고 계속 거주하였다고는 하나 피고 1 역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입주일 무렵인 1999. 6. 4. 이 사건 임대주택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한 이래 중간에 합계 약 1년 6개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무렵까지 계속 그곳에 주민등록을 하고 있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점 ->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앞서 본 계약당사자의 확정 등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본인으로서의 임차인은 계약체결행위를 실제로 하였고 또한 계약서상으로도 임차인으로 표시되어 있는 피고 1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음
II. 논점의 정리
1. 임차인의 의미: (고등)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 / (대법) 형식적 의미의 임차인
2. 법의 해석방법: (고등) 목적론적 해석 우선시 / (대법) 문리적 해석 우선시
3. 중시하는 가치: (고등) 구체적 타당성 / (대법) 법적 안정성
III. 구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의 '임차인'의 의미
1. (고등)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
-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재정적 부담과 실제 거주자라는 실질적 측면에서 사회적 통념상 임차인으로 추분히 관념될 수 있는 사람
2. (대법) 형식적 의미의 임차인
- 임대차계약에서 목적물의 사용수익권을 가짐과 동시에 차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일방당사자(민법 제618조)
- 목적물을 실제로 사용, 수익하거나 보증금, 차임 등을 실제 출연하는 자의 의미는 아님
IV. 법해석방법론의 차이
1. (고등) 목적론적 해석 우선시
- 입법부가 임대주택법을 제정하여 임대주택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 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이 법률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충분히 참작하여야 함. 이 법이 무주택자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임대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아직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서민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거주한 임차인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실소유자를 우선 배려하기 위한 목적임
2. (대법) 문리적 해석 우선시 + 논리적, 체계적 해석
- 문리적 해석방법에 따라, 법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 해석해야 하고, 법문에 명시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유추, 확장해석해서는 안됨. 규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달성함
-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주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함.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는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됨,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나아가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 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함,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데다가 그 판단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임대차계약 이면의 사정 또는 임대주택에 대한 다양한 사용, 수익의 방식 등에 불과하다는 점, 그러한 해석은 위에서 본 임대주택법의 취지와 전체 법체계, 법률용어의 일반적 의미에 반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 당사자인 임대사업자측의 의사와 신뢰에 반하는 것인 점, 나아가 임대주택법에 따른 임대주택의 공급 및 관리에도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
※ 논리적, 체계적 해석
- 민법 제618조의 '임대차의 일방당사자'의 의미: 사용수익 및 차임지급을 약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목적물을 실제로 사용, 수익하거나 보증금, 차임 등을 실제 출연하는 자의 의미가 아님.
- 임대주택법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선정절차'를 거친 자로서 일정한 형식의 계약서 작성을 통하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자를 '임차인'으로 취급
V.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
1. 구체적 타당성: 각각의 판례가 구체적 타당성의 개념을 조금씩 다른 문맥에서 사용하고 있음. 개념 자체가 비정형적, 개별화적 본질. 판례가 언급하고 있는 구체적 타당성의 개념은 법적 안정성과의 모순관계를 살펴볼 때 '개별적 사안에서의 정의' 의미와 유사함
2. 법적 안정성: 통상 '법이 내용적으로 확정되어 있을 것'을 요하고, 그러한 '법의 보장 또한 안정적으로 이루어 질 것'을 요하며, 나아가 이러한 '전반적인 법상태가 계속적으로 유지될 것'을 요한다는 의미
3. 라드부르흐 공식: 정의와 법적 안정성 사이의 충동을 다음과 같이 해결될 수 있음. 비록 내용적으로 정의롭지 못하고 합목적이지 않더라도 제정과 실력을 통하여 확보된 실정법은 우선권을 가짐. 그러나 정의에 대한 실정법의 모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실정법이 '부정의한 법'으로서 정의에 양보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함. 정의가 한번도 추구되지 않은 경우, 정의의 핵심인 평등이 실정법을 제정할 때에 의식적으로 부인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은 단지 '부정의한 법'이 아니라 오히려 법의 본질을 전적으로 갖추지 못한 것임
VI. 토론
- 해당 사안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목적론적 법해석을 하는 것이 타당할까,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문언적 법해석을 하는 것이 타당할까?
- 구체적 타당성 vs 법적 안정성
- 사회적 약자 보호 vs 사회적 혼란, 악용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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