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2.>
설렌다. 출국을 할 때에도, 쿠알룸푸르를 경유할 때에도 못느꼈던 기분.
창밖으로 비행기 바로 밑에 얇게 깔린 구름이 보이고, 그 아래에 유럽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먼 나라에 다와간다. 지구 반대편.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뭐 -_-;'(토끼와 중훈이..) 라는 말이 자꾸 맴돌며 흥분을 억누른다.
에, 다르긴 다르겠지. 사람 사는 데가 다른데!!
옆자리에 앉아 14시간을 동승한 중국? 일본? 여인(??)과 결국 한마디 말 없이 내렸다. ㅎ
어제 밤엔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잠결에 다이어리를 끄적거리는 걸 언뜻 보니 한자가 빼곡했다.
헌데 승무원들은 우리가 같이 온 줄 아는 듯 했다.
옆에서 뭔가를 주문하면 자꾸만 두개를 가져다 준다;
아무튼.. 혼자서 여행하나보다. 간지 좀 나신다.
뿌옇고.. 누렇기도 한 구름을 뚫고 내려온 프랑스는..
음.. 시골인지 한적하다. 논과 밭과 띄엄띄엄 있는 작은 집들과 내천.
.. 더 내려와보니 완전 흐리다. 꾸리꾸리...하다.
비오겠다..
..
.. 폭풍우다... 천둥, 번개, 비바람.. 미쳤다.
..
짐은 또 더럽게도 안 나온다. 트렁크가 벨트에 낑겨 고생 좀 하며 짐을 모두 찾았다.
EUROCAR 같은 큰 렌터카 부스를 가뿐히 지나 구석에 쳐박혀 있는 작은 TT Car 전화통을 찾을 수 있었다.
"헬로. 푸조 리스. 김호엽. 땡큐."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잠시 후에 공항으로 봉고차를 끌고 우리를 데리러 왔다.
대행업체인 TT Car 도착. 사무실에서 차키랑 여타 설명서를 받고는 몇마디 이래이래 찾아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가 예약한 푸조 5008. 오.. 간지 좀 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동 승합차 운전의 한계에 봉착했다. 운전 좀 한다는 우리 엽이.
TT Car 주차장 몇 바퀴를 연습 삼아 돌아재낀 걸로는 부족했는지 공항 바로 앞 주유소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가다 서고 시동꺼지고 다시 켜고의 반복; 면허 딸 때 말고는 수동을 몰아볼 일이 없었던 게 컸다. 익숙해지겠지. ㅋㅋ.
한국에서 빌려온 Tomtom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는,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 첫 주유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셀프.. Diesel Primier, 노랑색 주유기를 집어들고는 주유구에 쑤셔넣고 버튼을 누르니 기름이 들어간다.
30L 주유에 36유로. 아.. 한푼도 없었다. 아무도 환전을 안해왔다.
별수없이 카드를 긁었다. 수수료가 얼마가 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 음
피곤한 몸, 수동 승합차 운전에 대한 긴장감을 의지할 곳을 찾아 한국민박집('사빈의 집')으로 향했다.
전화로 예약을 하니 할머니가 사투리 섞인 한국말로 방 많이 남았다며 20유로란다. 오호- 바로 달려간다고 했다.
파리 시내로 들어가는 길. SAMSUNG 간판을 크게 달아놓은 건물이 보인다. 왠지 모르게 뿌듯. ^^
네비를 보고 찾아가면서도 빙빙. 참도 빙빙. 돌고 돌았다. (운전에 지친 기사 엽이)
사빈의 집, 겨우 도착.
집 앞에 주차를 아주 기가막히게 헤매는 우리 엽이. ㅋㅋ. 알았다. 수동이라 헤매던 것만은 아니었다..
근질근질하던 머리도 좀 감고, 샤워도 하고, 다 시어버린 김치도 냉장고에 넣고,
라면부터 뜯어 허기를 달래고는 슬슬 나가보련다. 어디부터 갈까.
그런데 습.. 나가기 전 주인 아주머니께 들러 관광정보를 들으며, 확인차 다시 가격을 물어보니 95유로란다.
와-.... 아까 전화할 때 받으신 분은 85세 어머니라고; 음. 그러니까 우리한텐 할머니.
할머니는 공동실 1인당 가격을 그것도 비수기 것으로 말씀하신 거고, 우리가 들어간 방은 그게 아니란다.
우리 방은 아침도 제공이 안된단다; 침대 두개에다 방 안에 취사시설이 있었다. 역시 너무 좋다 싶었다.. 아...
근처 ATM에서 일단 돈을 각자 3, 400 유로씩 뽑았다. 가는길에 보니 가까이에 지하철 역도 있었다.
너무 좋은 곳이었다. 잘못 골랐다..
유럽. 프랑스. 파리. 그냥 이 파리 변두리를 걷는 것만도 신기해야 하는데,, 방 값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다시 돌아와 방을 어질러놓은 것도 있으니 어느정도 돈을 내고 방을 빼거나 공동실로 옮길 수 있겠냐고 부탁드렸다.
한참 얘기 끝에 방은 그대로 쓰고 가격은 공동실 요금에 아침식사 제공까지만 받기로 했다. 다행이다;
1박만 하고 바로 방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동네 까르푸를 찾았다. 텐트는.. 없었다.
그나마 건진건 아이스박스인 줄 알고 산 차량용 냉장고. 김치랑 장아찌들을 담을 곳이 생겼다.
아.. 락앤락을 깜빡했다. 저녁에 먹을 참 가격이 착한 냉동피자 2판과 물보다 싼 레몬에이드와 물 1통을 샀다.
까르푸의 본산지, 프랑스. 헌데 이 놈의 주차장은 물건을 샀는데도 주차비를 받는다.
뭔지 모를 프랑스어가 난무하는 오토머신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파리 시내는 주차할 곳도 마땅찮고, 유료주차장은 주차비가 만만찮다며 가르쳐주신 공짜 주차장으로 향했다.
Bateaux-Moches.. Avenue George V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센느강 옆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아무렇게나 차를 얼른 박아두고는 나왔다. 내리자마자 센느강 건너 에펠탑이 보였다.
우아. 진짜 에펠탑이었다. 신기했다. 멋있다.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었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오는 길에 "오!" 감탄사를 연발하며 슥 지나쳐버린 개선문으로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온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되었다.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파리지엥들, 에펠탑이 보이는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파리지엥들.
괜한 동경인지 모르겠지만 간지나 보였다.
졸렵다는 기, 피곤하고 배고프다는 엽이, 그리고 X 마렵고 배고픈 나..
저녁 여덟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노을조차 지지 않은 파리의 하늘.
로터리 한복판에 위치한 개선문을 들어가보기 위해 로터리를 한 바퀴를 제대로 돌다 지쳐버렸다.
결국 찾은 지하도를 통해 건너가볼 수 있었다. 처음보는 많은 관광객; 그리고 생각보다 크고 정교한 개선문.
우리나라 독립문을 빗대긴 뭐하고, 생긴건 다르지만 숭례문 정도는 되어야 견줄 수 있을 것 같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다시 차가 있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몸이 가볍지 않아서인지, 명품에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샹젤리제 거리는 그닥 흥미롭지 않았다.
그저 밤 9시에도 해가 떨어지지 않은게 신기할 뿐.
차를 끌고 돌아와 사빈의 집 대문 앞에 대충 차를 대놓고는 피자 두판을 오분에 돌려먹고 바로 뻗어버렸다.
밤 10시. 이제야 땅거미가 슬슬 내려 앉는다.
(루트도 짜야하고, 캠핑장도 찾아야하고, 텐트도 사야하고, 운전연습도 해야하는데.. 일단 잤다. 푹 잤다;)
<여행비 결산>
주유비 36 유로
ATM 인출 400 유로 (개인)
까르푸 쇼핑 (피자 2개 1.56 유로 x 2 = 3.12 유로, 물 1.5 L 0. 64유로, 레몬에이드 2L 0.4 유로, 차량용냉장고 25L 35유로)
숙박비 (사빈의 집) 1인당 25유로 x 3 = 75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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