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by 김혜송, 이다랑, 원혜성, 김미애, 김성, 양효진
나는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그 미래를 누가 결정하는지는 안다. - 오프라 윈프리
육아와 취업이 아닌 제3의 길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대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생각한 창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지, 아무 계획도 없는 그저 막연한 꿈같은 거였다. 30대가 되고, 일과 육아를 두고 고민하는 현실에 부딪히자 이제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창업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작은 변화로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소소한 변화들이 쌓여 내 인생이 바뀐다고 믿는다. 뭐라도 할 때 두려움은 깨지는 법이고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단, 스스로 조건을 달았다. 일단 1년 동안 열심히 해보자. 1년 후에 수익이 회사에서 받던 월급만큼 나오면 이 일을 계속 이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회사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창업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중 엄마 창업가들을 위한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는 돈 주고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았고 창업을 위한 지식은 물론 자존감과 성취감을 이글어내는 데도 최고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 전선에 나선 이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지 확인시켜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았다.
내가 일할 수 있는 힘
나에겐 육아가 가장 큰 쿤제였고 그래서 절박했다. 창업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들려주고 남편을 설득했다. 지금은 남편이 누구보다 창업하길 잘했다고 반긴다. 창업을 계기로 우리는 더욱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고 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일들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를 다독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또 다른 상황에서는 내가 남편에게 별일 아니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또 남편이 잘하는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이 서로를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육아나 집안일도 남편과 나눠서 혹은 함께 한다. 이것이 내가 일을 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딸 은채 또한 내가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 존재다. 아기 때는 크게 까다롭지 않고, 안정된 성향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으로 내가 하는 일을 도왔다. 외동이라 집에서 가끔 혼자 놀게 할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최대한 일하는 시간에 업무를 마치고 은채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일이 힘들고 때로는 매출이 저조해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즐거워야 한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이 좋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꿈꾼다.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국내외 경쟁 상대에게 미려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겠지만, 염려만 앞세우기보다 오늘도 나를 다잡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리빙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다. 지금처럼 항상 노력하고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내가 되고 싶다.
우리가 일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조안 B, 시울라의 <일의 발견> 中
엄마가 되기 전 부모교육이나 상담을 하면서 엄마들에게 했던 말들이 이따금씩 생각날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감정조절을 잘하셔야해요"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잘하고 싶어도 마음이 지쳐버린 엄마들의 속사정을 그땐 정말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용감한 말이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요"라고 수없이 이야기해왔지만, 정작 엄마가 된 나는 행복을 우선시할 수 없었다. 한여름 출산으로 온몸에 피부병이 생겼지만, 안 나오는 모유를 어떻게든 먹이겠다고 밤낮으로 유축을 해가며 온몸에 진물이 나도 피부약 먹는 것을 미루는, 나도 그런 보통의 엄마였다.
나는 모든 엄마가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일 또한 이에 준하는 가치 있는 직업으로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다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원해서 일을 하지 않는 것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못 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 너무나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부모도 불완전한 존재임을, 그래서 나약한 존재임을 이해하게 된 순간 우리를 더욱 흔들리게 만드는 수많은 단절을 이어보기로 했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단절, 엄마와 일 사이의 사회적 단절, 나와 너 사이의 소통의 단절들을.
"콘텐츠로 뭔가를 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기록'을 하라고 답한다. 평범해보이는 일상에서 공감할 만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보기 좋게 풀어내는 기획이 더해졌을 때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1. 콘텐츠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2.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자.
3. 육아 아닌 나의 시간을 꼭 확보하고 꾸준히 올리자.
4. 다른 사람의 콘텐츠와 댓글을 많이 읽자.
5. 육아가 아닌 다른 분야를 보자.
6. 채널의 특성을 잘 알아보자.
육아가 경력이 되는 회사, 그로잉맘
시간을 얻기에는 일을 너무 많이 했고, 돈을 벌기에는 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나는 ㅅ히간도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中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반복하자
도전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단지 '육아 말고 뭐라도 좀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당장 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내가 해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꼭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 때문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을 쪼개어 시작한 일이니 반드시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꾸만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고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창업가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주어진 자원과 상관없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 오프리 윈프리
마침내 프로젝트 마감일이 다가왔다. 2,000만원에는 못 미치는 1,750만원 대에서 멈췄지만 412명 후원자들의 소중한 마음이 모인 결과였다. 목표금액의 무려 350% 달성은 엄청난 성과였다. 나보다 남편이 더 감격스러워하면서 "야, 원혜성 대단하다"는 말을 한동안 입에 달고 살았다. 펀딩에 성공하자 놀랍게도 염재승 텀블벅 대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지 궁금했다는 말에 기분이 날아들 것만 같았다.
용기를 내어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그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로 정의 내려지는 거야. - <배트맨 비긴스> 中
내가 곧 직장이 되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 홍순성의 <나는 1인 기업가다> 中
가장 성공한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진지하지 않은 초보자였다. -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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