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파의 실세에 속하는 甲은 두목 A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X가 구해준 독약의 일부를 A가 마시는 술에 몰래 혼입했다. 이를 마신 A가 구토를 하고 복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자, 甲은 과거 오갈 데 없던 자신을 받아준 A를 차마 배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A를 살리기 위해 급히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그런데 甲이 술에 혼입한 독약의 양이 치사량에 현저히 이르지 않았던 터라 A는 전치 2주의 내장손상을 입었을 뿐이었고, 그대로 두었더라도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밝혀졌다. 甲의 죄책은? |
Ⅰ. 갑에 대한 살인죄의 불능미수 성부
1. 문제의 소재
- 갑의 행위가 살인죄의 불가벌적 불능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가벌적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는 결과발생의 ‘위험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2. 학설
① 객관적 위험설 : 행위 당시에 존재한 것으로 밝혀진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고찰한 때에, 결과의 발생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불능범으로, 상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불능미수로 판단
② 구체적 위험설 : 행위당시에 일반인 또는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 그 위험성을 판단
③ 추상적 위험설(주관적 위험설) : 행위당시에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 그 위험성을 판단
④ 순 주관설 : 행위당시에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행위자가 그 위험성을 판단. 단, 미신범은 불능범으로 취급
⑤ 인상설 : 행위자의 의사의 표현 내지 실행이 법적 평온을 교란하는 인상을 주는 경우 위험성 인정
3. 판례
- 대법원은 종래 ‘초우뿌리’ 또는 ‘부자’ 달인 물을 피해자에게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한 사안 등 과거에는 구객관설의 입장을 따랐으나, 최근에는 ‘소송비용의 지급을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제기한 사건’ 등에서 불능범의 판단기준으로서 위험성의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발생의 기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하여 추상적 위험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4. 검토
- 불능미수범(형법27)의 요건으로서의 ‘위험성’을 ‘규범적 관점에서의 실행행위성’의 의미로 이해한다면,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 처벌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불능미수범(형법27)의 요건으로서의 위험성이란 행위의 위험성이라기보다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위의 위험성을 논하는 구체적 위험설 보다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논하는 추상적 위험설(주관적 위험설)이 타당하다.
- 사안의 경우, 추상적 위험설(주관적 위험설)에 따르면 행위자인 甲의 인식에서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가벌적 불능범이 아닌 가벌정 불능미수에 해당한다.
Ⅱ. 불능미수범의 중지미수 인정여부
1. 문제의 소재
- 갑이 살인의 수단으로 이용한 독약이 치사량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능미수범이 문제되는 동시에, 갑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결과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서 중지미수범(형법26)이 문제된다.
- 불능미수범의 중지미수범을 인정하는지에 대해 견해 대립한다.
2. 학설
① 소극설 : 결과의 발생은 처음부터 불가능하였으며 행위자의 방지행위에 의하여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므로 불능미수의 중지미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
② 적극설 : 불능미수의 형은 임의적 감면이지만 중지미수의 형은 필요적 감면이므로, 결과방지를 위한 노력이 동일한 경우 불능미수에 대하여 중지미수를 인정하자는 견해
3. 검토
- 불능미수에 대하여 중지미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과방지를 위한 노력이 동일함에도 결과발생의 위험성이 적은 경우를 결과발생의 위험성이 큰 경우보다 무겁게 취급하게 되어 불균형이 생기므로 불능미수의 경우에도 중지미수의 성립을 인정하는 적극설이 타당하다. 불능미수는 중지미수에 흡수된다.
Ⅲ. 갑의 중지미수범 성부
1. 문제의 소재
- 사안에서 갑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A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한 상황이므로, 중지미수(형법26)의 ‘자의성’과 ‘중지행위인 실행미수와 결과방지 간 인과관계’ 인정여부가 문제된다.
2. 갑의 중지미수에 대한 자의성 인정여부
(1) 학설
① 객관설 : 외부적 사정 이외의 사유에 의하여 중지한 경우 자의성 인정
② 주관설 : 후회, 동정, 연민 등 윤리적 동기에 의한 경우 자의성 인정
③ 프랭크 공식 :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를 원하지 않아서 중지한 경우 자의성 인정
④ 절충설 : 사회통념상 범죄수행에 장애요소가 없음에도 자율적 동기에 의하여 중지한 경우 자의성 인정
⑤ 규범설 : 중지시에 범죄의사의 종국적 포기가 있을 경우 자의성 인정
(2) 판례
- 대법원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범죄의 실행행위를 중지한 경우에 그 중지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절충설(이른 바 사회통념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3) 검토
- 객관적인 요소와 주관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자의성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절충설의 입장이 타당하다.
- 사안의 경우, 갑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미수에 그친 것이므로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가 인정된다.
3. 갑의 중지행위와 결과방지 간 인과관계 인정여부
(1) 의의
① 결과방지행위는 인과의 진행을 의식적, 의욕적으로 중단시키는 적극적인 행위이어야 하고,
② 방지행위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히는 데 객관적으로 적합한 행위여야 한다.
③ 방지행위는 원칙적으로 행위자 자신이 할 것을 요한다. (그러나 방지행위가 행위자의 진지한 주도하에 행해지고 제3자에 의한 결과방지가 범인 자신이 결과를 방지한 것과 동일시될 수 있을 정도인 때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행하어도 무방하다.)
(2) 학설
- 중지미수범(형법26)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결과의 불발생이 방지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면, 자의에 의한 방지행위가 있었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해 결과의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중지미수범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게 된다. 그와 달리, 그와 같은 경우에도 중지미수범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3) 검토
- 사안의 경우 갑이 A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A는 치사량이 미달하여 죽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갑의 구조행위를 결과방지한 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어 중지미수가 될 수 없다.
Ⅳ. 사안의 해결
- 갑은 A에 대한 살인죄의 장애미수의 죄책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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