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法學)/민법2021. 6.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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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각색(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53059 판결 참조)

Y는 무역센터 부지 내에 수출 1,000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영구조형물을 건립하기로 하고, 그 건립방법에 관하여 분야별로 5인 가량의 작가를 선정하여 조형물의 시안 제작을 의뢰한 후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1개의 사안을 선정한 다음 그 선정된 작가와 위 조형물의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그에 따라 Y2000. 5. 1. X 등 조각가 4인에게 시안의 작성을 의뢰하면서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는데, 당시 이 사건 조형물의 제작비, 제작시기,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X3,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시안을 제작하여 Y에게 이를 제출하였다. Y2000. 7. 1. 작가들이 제출한 시안 중 X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같은 날 X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였는데, 그 후 Y는 여러 가지 내부적 사정과 외부의 경제여건 등으로 X와 사이에 그 제작비, 설치기간, 설치장소 및 그에 따른 제반사항을 정한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당선 사실을 통지한 때로부터 약 3년이 지난 후인 2003. 8. 15. X에게 위 조형물의 설치를 취소하기로 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원고 X는 성립한 계약의 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 X, 이 사건 위원회가 이미 15억 원 전후의 예산범위 내에서 이 사건 조형물을 무역센터 부지 내에 건립한다는 구체적인 건립계획을 세운 다음 조형물의 건립방법에 관하여 분야별로 5인 가량의 작가를 선정하여 시안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공모하였고 위 공모에 따라 원고가 제출한 시안을 최종 시안으로 선정하여 2000. 7. 1. 그 사실을 원고 X에게 통보하였으므로 원고 X와 피고 Y사이에는 총제작비를 15억 원으로 한 이 사건 조형물의 건립에 관한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할 것인데, 피고 Y는 그 이후 위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작가로 하여금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을 제작설치하게 하기 위하여 2003. 8. 15.에 이르러 일방적으로 원고 X에게 위 계약의 취소 사실을 통보하고 그 이행을 거절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작가의 정신적예술적 노력에 대한 대가인 창작비 3억 원(총제작비의 20% 상당액)과 이 사건 조형물의 제작을 준비하기 위하여 소요된 비용 3,000만원을, 그리고 피고가 다른 작가로 하여금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을 제작설치하게 하기 위하여 위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여 원고의 예술작가로서의 명예감정을 훼손하였으므로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서 인용될 수 있는가?
원고 X가 예비적으로 위의 계약책임 외에 다른 제도를 근거로 하여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가?

 

. 조형물의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의 성립 여부

1. 계약의 성립요건

- 계약은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체결된다. 합의란 청약과 승낙의 의사가 내용적으로 일치하는 상태를 말한다.

1) 청약

- 청약이란 이에 대응하는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방적·확정적 의사표시를 말한다.

- 이러한 청약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내용의 확정성이다.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판례는 해석에 의해 확정될 수 있는 것으로 족하다고 한다. 둘째는 청약자의 구속의사이다. 승낙이 있으면 바로 계약을 체결시키겠다는 의사가 나타나야 한다. 구속의사가 결여된 청약 전 단계의 의사표시는 강학상 청약의 유인이다.

- 사안의 경우, X3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시안을 제작하여 Y에게 제출함으로써 당선작가와 설치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명하였지만, 제작대금이나 제작시기, 설치장소 등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아니하였다. 청약내용의 확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X가 설치계약에 대해 청약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승낙

- 승낙이란 청약에 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키고자 피청약자가 청약자에 대하여 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 사안의 경우, X의 청약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YX의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통보한 것을 승낙으로 보기 어렵다.

3) 합의의 성립 (청약과 승낙의사의 객관적 합치)

- 당사자의 의사간 객관적 합치가 있어야 계약이 적법, 유효하게 성립한다.

-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나타난 사항에 관하여 모두 일치하여야 하고, 계약내용의 중요한 점및 당사자가 중요한 의의를 두고 계약성립의 요건으로 할 의사를 표시한 점에 관하여 합치가 있어야 한다.

- 사안의 경우, 그 객관적 요소는 목적물인 조형물, 제작시기, 설치장소, 제작자의 보수 등이라고 할 수 있고, 에 관해서는 합의가 있으나 ②③에 관하여는 의사의 합치가 없다.

2. 소결

- XY사이에 청약과 승낙, 의사의 객관적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YX에게 위 조형물의 설치를 취소하기로 통보한 것은 계약교섭의 부당파기가 된다.

 

. 계약교섭 파기에 대한 X의 구제수단

1.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구성

(1) 학설:

1)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으로 구성하는 견해: 계약책임으로 구성, 3의 독자적인 책임유형으로 구성하는 견해로 나뉜다.

2)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는 견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자유의 원칙의 한계를 넘는 경우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2) 판례: 계약체결상 과실책임을 제535조 원시적 불능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그 외에는 인정하지 않으며,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는 불법행위책임(750)에 의하여 해결한다.

(3) 검토: 민법은 계약과 같은 일정한 법률관계가 존재하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할 것을 예정하고, 그러한 관계가 없는 경우는 불법행위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판례와 같이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는 견해가 타당하다.

 

2. 손해배상책임의 요건 (불법행위 성립요건)

(1) 의의: 750조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특히, 위법성의 판단이 관건인 바, 계약을 파기하는 자의 계약체결의 자유의 원칙과 상대방의 계약체결에 대한 신뢰사이의 이익형량의 문제이다.

(2) 판례: 계약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뢰를 부여하였을 것,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재산적 지출을 하거나 다른 재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등의 동을 하였을 것, 상대방이 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을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신행상>

(3) 소결: 사안의 경우, Y는 계약을 체결할 것을 예고한 다음 X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그 사실을 X에게 통보한 바 있으므로, X로서는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X는 그러한 신뢰에 따라 Y가 요구하는대로 조형물 제작을 위한 준비를 하는 등 행동을 하였을 것임에도, Y3년간 X와 계약체결에 관한 협의를 미루다가 상당한 이유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한 채 다른 작가에게 의뢰하여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을 건립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 손해배상의 범위

1. 신뢰손해에 한정

(1) 의의: 계약체결을 전제로 한 불이행책임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 즉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정당한 신뢰와 인과관계 있는 한도 내에서의 손해만을 말한다.

(2) 판례: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한다.

(3) 소결: 사안의 경우, X가 공모에 의하여 시안을 제작하는데 소요된 비용 3,000만원은 아직 Y로부터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전 지출한 비용이므로 신뢰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신뢰손해의 내용

(1) 의의: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을 말한다. 아직 계약체결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지출된 비용(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출한 제안서나 견적서의 작성비용) 등은 배상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행이익의 상실손해는 배상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2) 판례: 총 제작비 20% 상당의 창작비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해당 손해는 계약이 정당하게 체결되어 그 이행의 결과에 따라 원고가 얻게 될 이익을 상실한 손해인 이행이익으로서 배상범위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3) 소결: 사안의 경우, X가 요구한 3억원은 이행이익으로서 신뢰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정신적 손해배상

(1) 판례: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한.

(2) 소결: 사안의 경우, Y가 계약교섭을 부당하게 파기함은 X의 명예감정 및 사회적 신용과 명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침해를 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 결론

XY 사이에 조형물제작에 대한 계약 성립은 인정되지 않는다.

Y의 부당한 계약교섭파기행위는 계약체결상 과실이 아닌, 불법행위책임을 구성한다.

YX의 신뢰이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 인정되며, 이행이익인 3억원은 인정되지 않는다.

Y는 불법행위로 인해 X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입혔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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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