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中..
#6.
멈추어섰다.
그랬다.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결국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나의 모든 에너지는
내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느라고 소비됐다.
#7.
후회했다.
삶이라는 것이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살아볼만 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약간만 지혜롭게 행동하고 일상생활의 도전에 맞설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통제된 광기'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저 위에서 자신의 정신이 그 모든 어려움을 비웃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인간들처럼 울 수도, 근심에 빠질 수도,
화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곧 세상을 떠나야할 마당에 그런 생각을 하며
고통스러워한다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것, 모든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능한 한 강요하는 일상에 적응해갔다..
아무도 무엇에건 습관을 들여서는 안되었다.
난 또다시 태양, 산들, 그리고 삶의 골치 아픈 문제까지 사랑하기 시작했다.
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그건 나 자신 이외의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했다.
난 아직도 증오와 사랑, 실망과 근심, 진부한 일상에 속하지만
삶에 독특한 맛을 부여하는 단순하고 덧없는 그 모든 것들을
느끼고 싶다.
만에 하나라도 다시 살아갈수 있다면, 난 감히 미친 놈이 될 거다.
모든 사람이 미쳤으니까.
가장 못한 것은 자신이 미쳤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들이 그들에게 명령하는 걸 마냥 반복하며 살아가니까.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아마도는 없다.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든게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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