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Book2011. 7. 1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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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13.

덴고는 자신의 뇌에 대해 생각했다. 뇌에 대해서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인간의 뇌는 최근 이백오십만년 동안 그 크기가 약 네배로 증가했다.

무게만으로 보면 뇌는 인간의 몸무게의 약 2퍼센트를 차지할뿐이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체의 총 에너지의약 40퍼센트를 소비한다.

뇌라는 기관의 그러한 비약적인 확대에 의해 인간이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이다.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덴고는 알고 있다.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비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땐느 완전히 소멸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 같은 작업이 더해지면서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렵사리 지나온 순간을 순서대로 고스란히 균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인간의 신경은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런 인생은 아마도 고문이나 다름없으리라. 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14.

세계라는 건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의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15.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와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 해.

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자리 그대로야.

 

 

#16.

lunatic과 insane의 차이.

insane은 아마 천성적으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게 바람직하다.

그에 비해 lunatic은 달에 의해, 즉 lune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빼앗긴 것.

19세기의 영국에서는 lunatic이라고 판정받은 사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죄를 한 등급 감해줬다.

그 사람의 책임이라기 보다 달빛에 홀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법률이 실제로 존재했다.

즉 달이 인간의 정신을 어긋나게 한다는 걸 법률적으로도 인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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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
Who am I ?!/Book2011. 7. 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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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10.

그곳은 신비한 공간이었다.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의 중간쯤에 있는 임시거처처럼.

빛이 탁하게 고여 있었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한낮에도 밤에도 똑같은 종류의 빛이 그곳에는 있었다.

 

 

#11.

너는 세어보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똑똑히 헤아리고 있단다.

왜 그런지 아니?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저 그것을 헤어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뜻을 갖게 된단다.

 

 

#12.

덴고는 다른 여자에게 딱히 욕망을 느끼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롭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정기적인 섹스의 기회가 확보된다면 더이상 여자에게 원할 것이 없었다.

비슷한 나이의 여자를 사귀고 사랑에 빠지고 성적인 관계를 갖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몰고 올

책임을 떠안는 건 그가 그리 환영하는 바가 아니었다.

거쳐야할 몇몇 심리적인 단계, 가능성을 은근슬쩍 내비치기, 피하기 힘든 기대치의 충돌..

그런 일련의 번거로운 것들은 가능하면 떠맡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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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Book2011. 7. 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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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8.

그에게서는 지적인 호기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무리그래도 보편적인 수준에서 지식을 추구하는 기본적인 갈망이

-그것은 많든 적든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덴고는 생각한다-

이 사람에게는 너무도 희박했다.

살아가는 데 실제로 필요한 지혜는 나름대로 움직였지만,

노력해서 스스로를 고양시키고 심화시켜 보다 넓고 큰 세계로 나아가려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비좁은 세계에서 협량한 룰을 따라 꾸역꾸역 살아가면서도,

그 비좁고 탁한 공기를 딱히 고통으로도 느끼지 않는 기색이었다. 

 

 

#9.

그러는 사이에 그녀의눈에 들어오는 밤하늘이 평소에 보던 밤하늘과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가 여느때와는 다르다.

희미한, 하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이질감이 그곳에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본 뒤에도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수고가 들었다.

자신의 시선이 포착해낸 것을 의식이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작은달과 큰달, 그것이 나란히 하늘에 떠 있다.

큰 쪽이 평소에 늘 보던 달이다. 보름달에 가깝고 노랗다.

하지만 그 곁에 또 하나, 다른 달이 있다. 눈에 익지 않은 모양의 달이다.

약간 일그러졌고 색깔도 엷은 이끼가 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그것이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것이었다.

아오마메는 실눈을 뜨고 그 두 개의 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한참 시간을 둔 다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눈을 떠보았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하나의 달만 떠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똑같았다.

빛의 장난도 아니고 시력이 이상해진 것도 아니다.

하늘에는 틀림없이, 잘못 볼리도 없이, 또렷한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다.

노란색 달과 초록색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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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Book2011. 7. 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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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7.

남자가 집에 없는건 미리 확인해 두었다.

드라이버와 해머를 사용해 자물쇠를 부수고 집 안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방망이에 타월을 몇 겹으로 감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때려 부쉈다.

텔레비젼부터 라이트스탠드, 시계, 레코드, 토스터, 꽃병, 아무튼 부술 수 있는 건 하나도 남김 없이 부쉈다.

전화선은 가위로 절단했다.

책은 등을 꺾어 한장한장 뜯어냈고, 치약과 쉐이빙 크림은 내용물을 모두 짜내 카펫 위에 흩뿌렸다.

침대에는 소스를 끼얹었다.

서랍 안의 노트도 찢었다.

펜과 연필은 부러뜨렸다.

전구는 죄다 깨부쉈다.

커튼과 쿠션에는 부엌칼로 칼집을 냈다.

서랍 속의 셔츠도 모조리 가위질을 했다.

속옷과 양말 서랍에는 토마토 케쳡을 듬뿍 뿌렸다.

냉장고 퓨즈를 뽑아 창밖으로 멀리 던졌다.

화장실 변기의 물탱크 스토퍼를 떼어내 고장냈다.

샤워기 헤드도 망가뜨렸다.

정성들여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파괴했다.

방 안은 한참 오래 전에 신문에서 사진으로 본, 포격 후의 베이루트 시가지 풍경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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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Book2011. 7. 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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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4.

모든 일에는 반드시 두 개의 측면이 있다.

좋은 면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면.

 

 

#5.

괜찮아? 방금 버스에 깔린듯한 목소린데.

 

 

#6.

어디까지나 돌발적이고 단 한번 뿐인 일이었다.

두번 다시 그런 일은 반복되지 않았고, 그 일을 입에 올리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일 때문에 두 사람은 보다 깊고 보다 내밀한 관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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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Book2011. 7. 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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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1권 中..

 

#1.

후카에리는 다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 것은 의도를 가진 침묵이 아니었다.

단순히 덴고의 질문의 목적을, 또한 그런 발상자체를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질문은, 그녀의의식의 영역 어디에도 착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의미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허무 속으로 영원히 빨려들어간 것이리라.

명왕성 옆을 그대로 지나가 버린 고독한 행성탐사 로켓처럼.

 

 

#2.

아오마네는 무성한 버드나무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기다렸다.

바람은 없고 버드나무 가지는 땅을 향해 고요히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두서없는 사색에 잠긴 사람처럼.

 

 

#3.

내가 이상해진건가.. 아니면 세계가 이상해진 건가.

그 둘 중 하나다.

어느쪽인지는 모른다.

병과 병뚜껑의 크기가 맞지 않는다.

병 때문인지도 모르고 병뚜껑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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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