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0.>
캠핑장 - 튤립박물관 - MAC - 담 광장 - 점심..(말타투이 동상 앞) - 네비 X - 경찰서 - 저녁 - 네비 O - 브레멘 가는 길..
버라이어티한 하루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고 어제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고는 편안히 맞이하는 하루인 듯 했으나..
웬걸..
'기' 이녀석이 오늘도 말없이 있다가는 갑자기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네비를 켜고는 어디로 가야할지 확인하는지 싶더니!!
갑자기 배낭을 메고는 간다.
붙잡아 너 뭐하는거냐고 물으니 혼자 여행하겠단다. 그마저도 물어보니 대답이다.
어제처럼 넋 놓고 있었다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떠나보낼 뻔 했다,.
혼자 여행하는게 더 좋겠단다.
흠.. 벙쪘다.
잡는다고 돌아올 인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번 붙잡아 봤으나 뒤도 안돌아보고 간다. 쉐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고, 여행 스타일이 서로 달라 중간에 흩어지는 것도 다 좋은데..
말은 서로 해야하지 않나 싶었다.
'나는 어찌어찌 여행할 건데 혼자 가는게 나을 거 같다.' 이 정도도 안바라고,
'남은 기간 잘 여행하고 한국 가서 보자.' 인사라도 한 마디 던지지 않고 떠나려 했던 게.. 참. 뭔가 싶었다.
호엽이와 둘이 한참을 벙쪄 있었다.
이내 추스리고 앞으로 우리끼리라도 잘 하고 다니고,
중간중간 '기'한테 연락이나 해봐서 합류할 수 있으면 그리 하자고 생각하고는,
기분이나 달래자며 차를 끌고 일단 중앙역 부근으로 갔다.
우리에게는 유럽여행 책자가 없었다. '기'가 가져온 가이드북이 전부였다.
시내 맥도날드를 찾아 무선인터넷으로 민박집 정보라도 알아서 떠나야겠다 싶었다.
민박집에 들러 이런저런 얘기도 좀 듣고, 가이드북도 빌려 루트도 좀 다시 짜봐야겠다.
안네 프랑크의 집 근처 말타투리 동상 앞에 차를 세워두고 기분전환 겸 튤립 박물관부터 갔다.
학생이라고 단박에 알아보시고는 2유로만 받는다. ㅎㅎ.
네더란드에서도 먹히는 동안이어라. ㅎㅎㅎㅎ.
밖에서 보는 작은 규모와 걸맞는 작은 사이즈로, 1층 shop과 지하 1층 museum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한국어 설명도 있었다.
5월쯤 와서 튤립 축제를 봤으면 좋았겠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봐도 정말 다양하고 예쁜 튤립들이 있었다.
그 역사나 배경을 간단히 설명으로 알 수 있어 상식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그 튤립들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나오면서 blend 칼라의 튤립 알뿌리 10개(4유로)와 예쁜 엽서 한장을 샀다.
집 앞 뜰에 한번 심어보잔 심산이었다.
11월에 파종하면 된다고 하니, 타이밍도좋았다.
만족하며 튤립박물관을 나와 맥도날드로 가는 길, MAC House에서 '차량용 이어폰 연결 잭' 가격이나 알아보자며 들어갔다.
어허- 한가운데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 '기'. 흐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다.
이 자식. 한 번 힐끔 보더니 살짝 놀란 눈치를 하고는 대답이 없다. 징하다. ㅋㅋㅋㅋㅋ.
유레일 페스는 암스텔담 중앙역에서 살 모양인 듯 하고, 유스호스텔 예약을 하려하고 있었다.
우리는 민박집 정보를 적어놓았다.
(MAC House의 MAC에서는 한글이 깨지지 않고 보여지긴 했으나 한글입력은 되지 않았다.
한글 입력기 툴(바람)을 다운받으려 했지만, 다운로드 속도가 10kb/sec...)
'기'는 계속 유스호스텔 인터넷 예약을 하려 했으나 카드 문제로 애를 먹고 있었다.
내 카드 빌려줄까 하고 도와주려는데, 이녀석 혼자하려고 대답도 없다. 그리고는 그냥 나가버린다.
결국 ATM기 앞에서 계좌이체를 하는 걸 마지막으로, 잘 여행하라는 말만 하고는 헤어졌다.
잘 되어가는 그 봉사동아리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하겠다며 진즉 맥도날드를 찾아 떠난 엽이를 찾아가는데,
순간 날라오는 문자. '차로 온나..' 이쟈식..... 진작 말하지.
그 놈의 말타투리 동상을 찾아 그 근처를 두바퀴 돌고서야 차를 찾았다.
그런데.. 엽이가 없다. 운하옆 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보다 조금 더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한 엽이가 헤매는 듯 하여 큰 맘 먹고 문자를 하니 역시나다.
담 광장으로 데리러 와달란다. ㅋㅋ.
그래 '기'는 혼자서도 여행을 잘 할 것 같은데, 넌 나보다도 좀 더 힘들겠다. ㅎㅎ
함께 차로 와서는 아까 쉬던 나무그늘 밑에서 아침에 한 밥을 도시락으로 먹었다.
(차를 대 놓은 곳 바로 운하 건너에서 먹는 터라, 차 열기도 식힐 겸 창문을 열어두었다.)
어제 저녁에 사둔 햄버그 스테이크(불고기 양념까지 가미한)가 주반찬이 되니, 도시락이 먹을만한게 꽤 좋았다.
피크닉 온 기분..ㅎ. 좋다.
다 먹고 차에 돌아오니.. 없다. 네비게이션.. 우리의 Tomtom이.. 잭도 없다. 거치대도 함께 사라졌다.
아,,스바.
창문을 열어놓은게 화근이었다.
암스텔담에서 자꾸 안좋은 일만 생긴다. 음.. 빨리 떠나야겠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놓은 보험이 도난 물품 최고 20만원 보상까지 되어, 좋은 경험 했다손 치기로 하고 근처 경찰서부터 찾았다.
경찰서에 들어가니 바로 조그만 민원실이었다.
단 한분의 할머니 경찰만이 있었다. 뭔 나라 사람들인지 두 명이나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말로만 듣던 Police Report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도움으로 근처 차량용품 판매점(kijkshop) 위치까지 알 수 있었다.
차를 끌고 kijkshop으로 가 그나마 비슷한 놈으로 골라 살 수 있었다.
헌데, 새로 산 네비는 SD 카드도 없고, 생김생김도 달라서,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새로 산 Tomtom을 달자마자 브레멘 캠핑장을 찍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암스텔담을 떠나고 싶었다. ㅎ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 경치 좋은 강가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짐을 내리다가..
조수석 발 밑에 고스란히 떨어져있는 Tomtom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데려온 그 Tomtom..
진작 좀 제대로 찾아볼걸... 싶었다.
그런데 자기가 알아서 떨어졌다기보다는 누가 가져가려다 떨어뜨린 듯 했다.
차량용 잭까지 완전히 빠져있었으니까..
아무튼.. 웃기다.
브레멘으로 달려오며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래도.. 기정헌 이녀석 여자친구가 유럽에 온다고 해서 빠진 건 아닐까 싶어졌다.
그러면 모든게 딱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_-;;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마음 편하자고 그렇게 생각해버린지도 모르겠다.
밤은 늦고 운전도 지쳐, 브레멘 30km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기로 했다.
50 cent 를 넣고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보고 씻고 양치질하고 뽕을 빼고 나왔다.
<여행비 결산>
튤립 박물관 x 2 = 2 유로 x 2 = 4 유로 (참고 : 학생 2유로, 어른 4유로)
튤립 기념품 (알뿌리 10, 카드 1) = 4 유로 + 1 유로 = 5 유로
네비게이션 (Tomtom) 179 유로
주유 (암스텔담->브레멘, 300km) 25 유로 x 2 = 50 유로
지도 (유럽전체) 7 유로 .. ('기'가 떠나고 우리는 유럽 지도 한장 없었다...)
군것질 (나쵸 + 콜라) 3 유로
<사진첩>
튤립 박물관.. 2유로니까 들어갈볼만은 하다. 근데 참 작다. ^^.
진짜 튤립도 없다. 사진이랑 그림들이다. 그래도 이쁘긴 하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해서 좋다.
'기'와 우연히 만난 MAC House. 기는 유스호스텔 예약하면서 애먹는중, 엽이는 민박집 찾는 중..
문제의 중심. 말타투리 동상 앞..
Police Report를 받기 위해 들어간 Police Station.
들어가면 민원실만 맨 앞에 공개되어 있고, 타 모든 부서는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야 볼 수 있었다.
경찰서도 사무실 취급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사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는 모습. 보기 좋아보였다.
한참 기다리다가 상황설명을 하는 우리. 이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경찰서 모습의 다다.
한 명의 할머니 경찰관이 봐주고 있는 민원실.. 처리가 느리기는 했지만, 친절했다.
여행자인데 네비게이션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걱정을 해주며 암스텔담은 도난 위험이 크니까,
절대 창문을 열어두어서는 안되고, 가방도 꼭 뒤로 메지 말고 앞으로 메고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근처에 네비게이션을 살만한 곳도 알려주셨다. 고마워요^^
위의 것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상황설명을 하고나면, 아래 Police Report를 작성해서 준다.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어, 영어로 일일이 설명도 해준다. ^^
새로 산 네비게이션과.. 얼른 암스텔담을 떠나려고 브레멘을 향해 300km를 달려가는 우리.
어이가 쑝이다. 조수석 밑에 있던 네비.. 이거 어찌보면 보험사기극? 이 되어버린다? ㅎㅎㅎㅎ.
우리는 아무데서나 먹지 않는다. 뭐 정갈나게 맛있는 도시락은 아니어도 경치 좋은 곳에서 기분 내며 먹는다.
브레멘을 30km 정도 남겨두고 시간이 너무 늦고 운전도 지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기로 했다.
둘이 자니까 조금 더 넓긴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차로 여행하는데 있어서 좋은 잠자리다.
화장실도 잘 되어 있고. 배고프면 뭐 사먹을수도 있고. 24시간 하고 있고 불도 항상 켜있으니 위험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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