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형법의 의의
1. 실질적 의미의 형법과 형식적 의미의 형법
형법은 영미에서는 criminal law, 즉 범죄법이라고 한다. 이는 범죄라는 사실에 중심을 둔다. 이에 비해 독이세서는 Strafrecht, 즉 형벌법이라고 부른다. 이는 국가의 형벌행위에 중심을 둔다. 우리나라는 독일의 법률을 받아들여 형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듯 전통에 따라 형법에 대한 의미가 다르지만 대체로 형법은 범죄와 그에 대한 형사제재(criminal sanction)를 규정한 법이라고 한다. 즉, 형법은 범죄의 실체와 형벌에 대해서 규정한 법이라 할 수 있다. 범죄의 실체는 무엇이 범죄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고 형벌은 범죄에 대한 형사제재를 말한다.
이러한 형법을 실질적 의미의 형법이라고 한다. 무엇이 범죄이고 그 범죄에 대해 어떤 형사제재가 과해지는가를 정한 모든 법규정을 말한다. 즉 처벌의 조건과 범위를 정한 법규정이다. 가령 상법 제622조에서 제634조의 2까지의 규정들은 상법전에 속해 있지만, 회사에 관련된 범죄와 그에 대한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실질적 의미의 형법에 속한다.
형식적 의미의 형법은 ‘형법’이라는 명칭을 지닌 법률, 즉 형법전을 말한다. 형식적 의미의 형법 속에는 실질적 의미의 형법에 속하지 않는 규정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형법 제260조 제3항, 제266조 제2항(반의사불벌규정) 및 형법 제306조(친고죄규정) 등은 범죄의 처벌절차에 관한 규정으로서 형식적 의미의 형법에 속해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형사소송법 규정이라고 한다.
이를 구별하는 실익은 실질적 의미의 형법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와 같은 형법의 일반원리가 적용된다는 데에 있다.
2. 형법전과 형사특별법 및 행정형법
⑴ 형법전
형법전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기본적 규정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이 형법총론과 형법각론의 주요 연구대상이 된다.
형법전은 제1조부터 제86조까지를 총칙이라고 한다. 총칙은 개별범죄에 공통되는 요소들을 관념화, 추상화하여 체계화한 것이다. 제87조부터 제372조까지를 각칙이라고 한다. 각칙은 개별범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총칙과 각론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특별법우선의 원칙’에 의해 각칙의 규정이 총칙의 규정에 우선 적용된다.
⑵ 형사특별법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특례를 정해 놓은 수많은 형사특별법이 있다. 형사특별법들은 대부분 형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의 성립범위를 넓히고 형벌과 처벌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별법우선의 원칙에 의해 형사특별법은 형법전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예가 많다.
⑶ 행정형법
행정형법은 행정의 원활성을 위해 일정한 행정법적 의무위반행위들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3. 형법의 체계적 지위
법체계상으로 구분하여 보면 형법은 국내법, 공법, 실체법에 속한다.
⑴ 국내법으로서의 형법
형법은 국가간의 권리·의무를 규정하는 법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서 국내법에 속한다.
⑵ 공법으로서의 형법
형법은 국가와 일반국민 또는 범죄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므로 공법에 속한다. 따라서 형법에서는 평균적 정의(형식적 의미의 평등)보다는 배분적 정의(실질적 의미의 평등)가 강조된다.
⑶ 실체법으로서의 형법
형사소송법은 절차법임에 비해, 형법은 실체법이다. 형법은 일정한 사실을 전제하여 놓고 그 경우에 어떤 형법적 효과가 생기는가를 규정한 법이다.
⑷ 형사사법과 형사법으로서의 형법
형법은 형사사법과 형사법에 속한다. 형사법에는 형법, 형사소송법, 행형법이 있다.
Ⅱ. 형사재판의 종류와 형법의 보충성
형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제재가 가해진다. 그 후 형벌과 보안처분이라는 이원적 형사제재 체계가 수립되었다.
1. 형벌의 종류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 구류, 몰수가 있다.
2. 보안처분의 종류
보안처분이란 장래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 즉 재범위험성이 있는 범죄인을 사회에 복귀시키고 그의 재범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행하는 개선, 교육처분을 말한다. 형벌의 보충적 효과를 지니지만, 이중처벌이라는 문제가 있다.
사회보호법은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이라는 보안처분을,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이라는 보안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⑴ 사회보호법
1) 보호감호
재범의 위험성 있는 일정한 범죄인을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하여 감호·교화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과하는 보안처분이다.
2) 치료감호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무능력자나 한정책임능력자, 중독자들을 치료감호소에 수용하여 치료를 위한 조치를 하는 보안처분이다.
3) 보호관찰
보호감호소나 치료감호소에서 가출소한 자에 대해 일정기간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면서 사회생활을 하도록 하는 보안처분이다.
⑵ 보안관찰법
보안관찰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에 대하여 경찰의 감독을 받게 하는 보안처분을 말한다.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보안처분이다.
⑶ 기타의 형사제재
소년법에 의한 보호 처분이나 가퇴원 가출옥한 소년에 대해 사회의 적응을 위해 보호 관찰하는 보호관찰제도가 있다. 이밖에도 형의 집행 유예 소년에 대해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의 규정도 있다.
4. 형법의 보충성원칙
형사제재는 생명·신체·자유 등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사제재를 받은 사람들은 생명·신체·자유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
이와 같이 형사제재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이 등장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형사제재의 최후수단성과 비례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⑴ 형사제재의 최후수단성
국가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동원할 때에 민법, 행정법상의 제재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동원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 최후수단으로 형사제재를 동원해야 한다.
⑵ 비례성원칙
형사제재를 동원할 때에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동원해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과잉범죄화, 과잉형벌화의 금지를 의미한다.
Ⅲ. 형법의 목적 및 기능
이는 형법이 하는 기능이 아닌 하여야 하는 기능으로써의 형법의 기능을 말한다.
1. 규제적 기능
예를 들어 형법 제250조에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할 때, 이 규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법적인 평가를 하게 한다. 즉, 위 행위는 위법·불법이라는 평가를 하게 된다. 또한 금지나 명령 규범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게 한다.
위와 같은 형법의 기능을 규제적 기능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제적 기능을 통해 범죄를 예방, 억제, 자제하고 사람들을 교육하며, 범죄자를 응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규제를 하는 이유는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사회생활상의 이익, 즉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2. 법익보호기능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사회생활상의 이익을 법익이라고 한다. 법익에는 개인적 법익과 사회적 법익(불특정 다수의 법익), 국가적 법익(국가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이익)이 있다. 이러한 이익들은 중첩적으로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법익은 단편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국가형벌권 동원능력을 고려하여 어떤 행위에 대한 형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국가가 형사제재를 동원할 때에는 확실성, 공평성, 신속성을 기해야 그 예방효과 및 법익보호 효과가 크다.
3. 인권보장 기능
형사제재는 범죄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형벌권이 남용되는 경우 무고한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 특히 전제 군주시대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형법은 무고한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형벌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보장적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죄형법정주의이다.
죄형법정주의 의미로는 첫째, 일반국민들은 성문법에 의해 범죄로 규정되지 않은 행위를 이유로 국가형벌권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다.
둘째,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형벌은 국가형벌권의 최대한을 의미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보다 무거운 형벌을 과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을 범죄인의 ‘마그나카르타’라고 한다.
⇒ 이러한 형법의 기능이 조화가 되어야 진정한 형법 실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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