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비밀누설죄(業務上 秘密漏泄罪)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 또는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있던 자가 그 업무처리중 또는 그 직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형법 제317조).
Ⅰ. 의의 및 성격
업무상비밀누설죄는 의사 및 한의사 등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던 자가 업무처리 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본죄는 법문에 열거된 자들의 비밀누설행위를 처벌하는 독립된 구성요건이다.
Ⅱ. 구성요건
1. 객관적 구성요건
1) 주체
업무상비밀누설죄의 주체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와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있던 자”이다.
(1) 제한적 열거 본죄는 진정신분범이므로 여기에 열거되지 않은 자는 본죄의 정범이 될 수 없다. 제 1항의 죄의 주체는 모두 관계법령에 의하여 면허, 인가 등을 받은 자를 의미한다. 제 2항의 죄의 주체에 무당, 점술가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공무상비밀누설죄(제127조)가 성립하고, 외교상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외교상기밀누설죄(제113조)가 성립한다.
(2) 자수범 여부 본죄가 자수범인가에 대해서는 긍정설이 있으나, 본죄의 신분자가 제 3자를 생명 있는 도구로 이용하여 본죄를 범할 수 있으므로 부정설이 타당하다.
2) 객체
업무상비밀누설죄의 객체는 “업무처리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이다.
(1) 비밀 특정인 또는 일정범위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음으로써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사실을 말한다. 따라서 공지의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가) 내용 개인의 비밀인 이상 사적 생활에 관한 것이건 공적 생활에 관한 것이건 불문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허위사실이나 가치판단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될 수 있어도 비밀누설의 대상은 될 수 없다.
(나) 주체 자연인,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를 불문한다. 사자도 본죄의 비밀의 주체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설이 있으나, 비밀유지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도 본죄의 부차적인 보호법익이므로 긍정설이 타당하다. 그러나 본죄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죄이므로 국가, 공공단체는 그 주체에 포함되지 않는다(다수설).
(다) 요건 1) 본인이 비밀로 하기를 원하는 사실이면 비밀이 된다는 주관설, 2) 객관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해야 할 이익이 있어야 비밀이 된다는 객관설, 그리고 3) 본인이 비밀로 할 것을 원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비밀로 할 이익이 있어야 비밀이 된다는 절충설(통설)이 대립되어 있다.
생각건대, 본인의 자의적인 비밀유지의사는 객관적인 비밀유지이익에 의해서 제한되어야 하며, 비밀유지의사가 없는 비밀은 법률이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절충설이 타당하다. 한편 비밀의 주체가 비밀인 사실을 알고 있느지의 여부는 불문하므로, 본인이 비밀을 모른 때에는 그의 추정적 의사가 문제된다.
(2) 업무처리 중, 직무상 지득한 비밀 비밀은 본죄의 주체가 “업무처리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것”임을 요한다. 따라서 업무처리나 직무와 관계없이 알게 된 비밀은 본죄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비밀 지득의 방법은 비밀주체의 고지에 의한 것이건, 행위자 스스로의 실험, 판단에 의한 것이건 불문한다. 비밀의 주체와 전달자가 일치할 것도 요하지 않는다.
3) 행위
업무상비밀누설죄의 행위는 “누설”하는 것이다.(1) 의의 누설이란 비밀을 모르는 제 3자에게 비밀을 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비밀을 아는 사람에 대한 누설은 불가벌이다. 공연성을 요하지 않으므로 누설의 상대방은 1인이건 다수인이건 불문한다. 누설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다. 구두, 서면,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
(2) 기수시기 누설행위에 의해 비밀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기수가 된다. 상대방의 현실적 인식은 요하지 않는다(추상적 위험범).
2. 주관적 구성요건
업무상비밀누설죄는 고의범이므로 자신의 신분을 인식하고 비밀을 누설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1) 신분에 대한 착오가 있거나, 지득한 사실이 비밀이 아니라고 오인하고 누설한 경우에는 구성요건적 착오로서 고의가 조각된다. 그러나 2) 자기에게 누설할 권한이 있다고 오인하고 누설한 경우에는 금지착오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이 조각된다(책임설).
Ⅲ. 위법성
1.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
1) 피해자의 동의는 위법성조각사유가 된다는 견해가 있으나, 비밀누설은 본인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양해가 된다는 견해가 타당하다(다수설). 2) 생명, 신체, 자유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비밀누설은 긴급피난에 의하여 위법성조각이 가능하다. 3) 법령에 의하여 비밀고지가 의무로 되어있는 경우 및 업무로 인한 경우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증언거부권자의 증언
업부상비밀누설죄의 주체는 대부분 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는데,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증언시 비밀을 누설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1) 국가가 국민에게 모순되는 의무를 과할 수는 없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면 증언의무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긍정설과, 2) 증언거부권을 인정하여 묵비의무를 보장하고 있는 이상 임의로 증언한 경우에는 본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정설이 대립되어 있다.
생각건대, 형사소송법상 증언의 거부는 임의적이며, 실체진실발견에 대한 협조의무는 비밀보호의무보다 우선한다. 따라서 긍정설이 타당하다.
Ⅳ. 소추조건
업무상비밀누설죄는 친고죄이므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Ⅴ. 타죄와의 관계
공연히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여 타인의 명예까지 훼손한 경우에는 업무상비밀누설죄와 명예훼손죄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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