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정법 사례02] 불쌍한 귀화자 복수면허취소 사건
甲은 외국인노동자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근무여건이 열악한 기피업종에 종사하던 중 대형 화재사건 현장에서 다수의 한국인을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에 귀화한 자이다. 이후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며 제2종 소형 운전면허와 제1종 보통, 제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백혈병에 걸린 아내와 3자녀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퀵배달업체에서 이륜자동차로 일하고 있고, A교회에서 대가없이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승합차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건실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2020. 1. 1. 어느 추운 겨울 늦은 밤 외국인노동자들을 집에 태워다주려는 甲에게 평소 고마움을 느껴온 한 외국인노동자가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고향에서 가져온 술이라며 “한 잔만 맛보기 바란다”고 권하는 바람에, 甲은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딱 한 잔을 마셨으나 술이 독하여 결국 취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남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15%의 주취상태에서 12인승 승합차를 운행하여 가던 중 교통경찰관에게 단속되었다.
문. 지방경찰청장 乙은 甲의 제1종 보통, 제1종 대형, 제2종 소형 면허를 모두 취소하였다. 적법한가? (50점)
𝟙. 설문의 해결
Ⅰ. 문제의 소재
지방경찰청장 乙이 음주운전을 이유로 甲이 보유하고 있는 각각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행위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⑴운전면허 취소의 법적 성질과, ⑵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의 법적 성질에 따른 처분의 위법성 판단기준, ⑶철회의 법적 근거 및 사유와 ⑷철회의 한계로서 행정법 일반원칙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Ⅱ. 운전면허 취소의 법적 성질
1. 처분성 여부
⑴甲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는 적법하게 성립한 운전면허 발급의 효력을 甲의 음주운전이라는 후발적 사유로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강학상 철회에 해당한다.
⑵한편, 지방경찰청장 乙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공권력 행사로서 행정소송법 제2조의 처분에 해당한다.
2. 기속재량 여부
⑴기속재량 구별기준에 대해서 요건재량설, 효과재량설, 종합설 등이 대립하나 판례는 당해행위의 근거법규의 형식․체제․문언, 행정분야의 주된 목적․특성, 당해 행위의 성질․유형 등을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종합설의 입장이고, 타당하다.
⑵사안은 별표28의 법적성질이 법규명령인지, 행정규칙인지에 따라 면허취소의 기속재량성이 달라지므로, 아래에서 별표28의 법적성질을 밝히면서 면허취소의 기속재량 여부도 판단한다.
Ⅲ.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의 법적 성질
1.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의의
법규명령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행정규칙의 실질을 지니는 것을 말한다. 사안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이 여기에 해당하고, 그 성질이 법규명령인지 행정규칙인지 문제된다.
2. 학설
⑴형식설(법규명령설)은 법적 안정성을 들어 규범의 형식을 중시하는 견해이다.
⑵실질설(행정규칙설)은 구체적 타당성을 들어 규범의 실질을 중시하는 견해이다.
⑶수권여부기준설은 상위법의 수권이 있는 경우 법규명령이고, 법령의 수권없이 제정된 것은 행정규칙이라는 견해이다.
3. 판례
⑴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된 경우 ①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의 행정처분 기준과 같이 제재적 처분기준을 정한 경우에는 실질설을 취했고, ②시외버스 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기준에 관한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특허 등의 인가기준을 정한 경우로 법규명령(형식설)으로 보았다. ⑵한편, 대통령령의 형식으로 규정된 구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별표는 법규명령(형식설)으로 보았다.
4. 검토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제정된 경우는 행정규칙과 달리 법제처의 심사, 입법예고 등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되고,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규명령설이 타당하다. 판례와 같이 부령과 대통령령을 구별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으므로 사안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은 법규명령에 해당한다.
5. 별표28의 법적 성질에 따른 위법성 심사 기준
⑴형식설(법규명령설)에 의할 경우
법규명령으로서 외부적 효력을 인정하는데, 甲의 혈중알코올농도 0.15%는 별표28 기준에 따르면 일의적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므로 기속행위로 취소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복수의 운전면허 중 어느 면허를 취소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재량에 속한다. / 또한,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면허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甲의 모든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⑵ 실질설(행정규칙설)에 의할 경우
행정규칙으로서 원칙적으로 외부적 효력이 없고 상위법률을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한다. 상위법률인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은 음주운전에 따른 제재처분을 재량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재량의 일탈·남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Ⅳ. 운전면허 취소의 적법성 검토 (… 주절형O / 내X – 법적근거, 한계)
1. 주체상 하자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호는 지방청장이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2. 내용상 하자
⑴ 법적근거 여부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는 경우 반드시 개별 법적근거가 있어야 하는지 학설대립이 있다. 하지만 사안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93조라는 법적근거가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⑵ 철회사유 존재여부
침익적 행정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능하나,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는 ①상대방의 의무위반, ②법령에 철회사유가 규정, ③철회권 유보, ④부담불이행, ⑤사정변경 ⑥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시만 가능하다. 사안에서 甲은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제44조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법 제93조와 시행규칙 별표28에서 철회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철회사유는 존재한다.
⑶ 철회의 한계 준수여부
도로교통법 제93조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성문법상 한계 부분은 문제되지 않고, 행정의 일반원칙 준수여부를 살펴야 한다. 자기구속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은 문제되지 않으나, 부당결부금지원칙과 비례원칙이 문제된다.
⑷ 부당결부금지원칙 위배여부
1)의의 및 근거
행정권 행사에 실질적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를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권한법정주의와 권한남용금지의 원칙에 근거한다고 보는 법률적 효력설이 있으나, 법치국가원리와 자의금지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 등에서 도출된다고 보는 헌법적 효력설이 타당하다.
⑵요건
①행정기관의 권한행사와 ②결부된 반대급부 사이에 ③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실질적 관련성은 본 행정행위와 상대방의 반대급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원인적 관련성과, 상호 동일한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적적 관련성을 포함한다.
3)판례
①제1종 특수·제1종 대형·제1종 보통면허를 소지한 운전자가 레카크레인을 음주운전한 사건에서 운전면허 사이의 실체적 관련성을 부인하여 제1종 특수면허만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②제1종 대형·제1종 보통·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가진 자가 승용차를 음주운전한 사건에서는 실체적 관련성을 인정하여 운전면허 전부의 취소를 인정한 바 있다.
4)사안의 적용
①운전면허에 따른 운전가능 차종을 정한 별표18에 의하면 사안의 甲이 음주운전을 한 승합자동차는 제1종 대형·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 가능한 차량이고, 제2종 소형면허로 운전 가능한 차량이 아니므로, 제1종 대형 또는 제1종 보통면허 취소는 적법하고, 제2종 소형면허취소는 위법하다.
②한편 운전면허의 일신전속적 성격으로 인해 복수운전면허의 취소도 가능하므로 제1종대형면허와 제1종보통면허를 모두 취소하여도 부당결부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⑸ 비례의 원칙 위배여부
1)의의 및 근거
행정목적과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사이에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론상 헌법상 법치국가원리 및 기본권 보장원칙, 실정법상 헌법 §37➁, 경직법 §1➁가 근거가 된다.
2)요건
➀적합성 – 행정목적이 정당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적합하여야 한다.
➁필요성 – 적합한 수단 중에서도 최소의 침해를 가져오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한다.
➂상당성 – 적합·필요한 수단이 선택되었더라도 달성공익과 침해사익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④위 3원칙은 단계적 구조를 이룬다.
3)판례
운전면허 취소에 있어서는 그 철회로 인하여 입게 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 음주운전에 따른 참혹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일반예방적 측면의 공익상 필요가 매우 크다고 판시하였다.
4)사안의 적용
甲은 간청을 이기지 못해 술을 한 잔 마셨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하였으며, 2종 소형면허마저 취소될 경우 가족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乙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과도한 제재처분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참혹한 교통사고 방지라는 일반예방적 측면의 공익상 필요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비례의 원칙 위반사유는 인정되기 어렵다.
Ⅵ. 사안에의 적용
甲의 운전면허 취소는 강학상 철회로서 법적 근거와 철회 사유를 구비하고 있다.
⑴별표28을 법규명령으로 볼 경우 기속행위이므로 甲이 보유한 모든 운전면허의 취소만이 적법하다.
⑵별표28을 행정규칙으로 볼 경우, 제1종 보통 및 제1종 대형면허 취소는 부당결부금지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여 적법하고, 제2종 소형면허 취소는 부당결부금지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다.
*도로교통법 제93조제1항 ‘운전자가 받은 모든 범위의 면허를 포함한다’의 정확한 해석을 파악할 필요가 있음
⇒ 별표28을 행정규칙으로 보면, 운전자가 받은 모든 면허에 대해 취소하거나 정지하거나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는 재량까지 허용되는지 / 일부면허는 취소·정지하고, 나머지면허는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는 재량도 허용되는지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