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 지문채취 거부행위 처벌>
문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에 따라서 지문채취 거부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甲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25점)
I. 문제의 소재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이하 ‘이 조항’)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지문채취에 불응한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문재취에 불응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지문정보라는 개인정보를 강제로 채취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그리고 지문의 채취에 응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문제된다. 이와 함께 ‘이 조항’이 영장주의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문제된다.
II. 제한되는 기본권
(1) 신체의 자유 (12조: 신체불훼손권 + 신체활동의 자유)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다. 헌재에 따르면, 신체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신체의 안정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인 ‘신체 불훼손권’과 신체활동을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인 ‘신체활동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이 조항’에서 지문채취를 심리적·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 또한, ‘이 조항’의 ‘구류’는 인신을 구금하여 ‘신체활동의 임의성'을 제한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2) 재산권 (23조)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하여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이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공법상·사법상의 권리를 뜻하고, 그 재산가액의 다과를 불문한다. 그리고 재산권은 사유재산을 임의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사적 유용성 및 사유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처분권을 그 내용으로 하는 ‘구체적 권리’이지만, 헌법재판소는 ‘재산 그 자체’도 재산권 보장의 보호대상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책임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벌금이나 과료도 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조항’의 벌금 또는 과료 부분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3)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명문x, 17조, 10조 1문)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제10조 제1문(일반적 인격권), 그리고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이나 국민주권원리 등에 근거하여 인정된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다. 이러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혹은 과도하게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을 하는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개인의 고유성, 동일성을 나타내는 지문은 그 정보주체를 타인으로부터 식별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이므로, 지문채취를 강제하는 ‘이 조항’은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4) 일반적 행동자유권 (명문x, 10조, 37조 1항)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는 물론 소극적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을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하는 권리이다. 헌법재판소도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헌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권리라고 하면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로 가치있는 행동만 그 보호영역으로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그 보호영역에는 개인의 생활방식과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며, 여기에는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권리와 같은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포함된다”고 한다.
자신이 하기싫은 일인 지문의 채취에 응하는 일을 강제하는 ‘이 조항’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강제함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5) 소결 (일반적 행동자유권 = 보충적 기본권 / 신체의 자유 >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어떠한 자유나 권리에 대하여 다른 기본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적용여부가 동시에 문제될 때,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 전문의 행복추구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라 할 것이므로, 행복추구권에 앞서 적용되는 개별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이상 따로 행복추구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하여 보충적 보장설을 따르고 있다.
또한, 신체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중 신체의 자유가 사항관련성이 더 크다.
III. 영장주의 위반 여부
(1) 의의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영장주의를 규정한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조항이고, 제3항은 기본권 제한 정도가 가장 심한 형사상 강제처분의 영역에서 기본권을 더욱 강하게 보장하려는 의지를 담아 중복 규정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러한 영장주의는 수사기관에 의한 체포와 구속 등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2) 적용범위
학설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강제력이 행사되는 경우에 적용된다는 물리적 강제력설과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실질적으로 법익이나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도 포함된다는 간접적·심리적 강제력설이 대립한다.
판례는 “영장주의는 구속개시 시점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박탈의 허용만이 아니라 그 구속영장의 효력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정지 또는 실효시킬 것인지 여부의 결정도 오직 법관의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여, 물리적 강제력설 입장이다.
간접적·심리적 강제력설이 신체의 자유 보장에 유리하나, 수사절차에서 발생하는 의무부담이나 기본권 제한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든 의무나 기본권제한을 영장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므로 물리적 강제력이 타당하다.
(3) 사안의 경우
‘이 조항’은 수사기관이 직접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여 피의자에게 강제로 지문을 찍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며 형벌에 의한 불이익을 부과함으로써 심리적·간접적으로 지문채취를 강요하고 있어 당사자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강제처분이 아니다.
또한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 수사기관이 직접강제에 의하여 지문을 채취하려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하므로 영장주의원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IV.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1) 의의와 내용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을 헌법원리로 수용하고 있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다.
(2) 적용범위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영장청구’는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대상을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불이익이 되는 일체의 제재가 이에 포함된다.
헌법재판소도 “적법절차의 원칙은 비단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기본권 보장과 관련이 있는 것이고, 법치주의의 구체적 실현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된다고 한다.
(3) 비례성원칙/과잉금지원칙과의 관계 (원칙적으로는 구별 but 과잉금지원칙에 포함시켜 판단 多)
적법절차의 원칙이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사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 특히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법률에 따른 형벌권의 행사라고 할지라도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 적정성과 합헌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4) 소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조항’의 적법절차원칙위반은 수사기관에게 협력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벌금, 과료, 구류의 처벌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V.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과잉금지원칙의 개념과 내용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의 원칙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작용의 경우 그 제한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며, 보호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국가작용의 한계를 의미하는 과잉금지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그 내용으로 하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저촉되면 그 국가작용은 위헌이 된다.
(2) 목적의 정당성
‘이 조항’은 피의자의 신원확인을 원활하게 하고 수사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적정운영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3) 수단의 적합성
‘이 조항’에 의한 지문채취는 신원확인을 위한 경제적이고 간편하면서도 확실성이 높은 적절한 방법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4) 피해의 최소성
‘이 조항’은 지문채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간접적으로 이를 강제하고 있으며, 그것도 다른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위반자에게 부과되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는 우리 형벌 체계상 자유형과 재산형에서 가장 가벼운 형에 해당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비추어보아도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
(5) 법익의 균형성
원활한 피의자의 신원확인 및 수사활동의 보장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
(6) 소결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신체의 자유, 재산권, 적법절차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VI. 사례의 해결
‘이 조항’은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甲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