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7.28. 카오산로드, 왓포, 왕궁, 짜뚜짝, 후아람퐁, 농카이
늦게 잠들었는데도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 여섯시 쯤부터 계속 뒤척거리며,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밤새 돌아가던 선풍기 소리와 함께 익숙한 알림음이 울리고 바로 일어나 세면장으로 향했다.
여행의 시작이라 들 뜬 마음으로, 어제 밤 샤워를 하고 바로 잔 탓에 새집 진 머리를 정리하고, 렌즈도 끼고,
왁스도 바르고, 선글라스도 끼고, 옷도 뭘 입을까 고민도 하다가, 체크 아웃을 했다.
아침의 카오산 로드는, 열정과 기쁨과 젊음의 여행지 기운이 물씬 나는
어제 밤의 풍경과 달리 조금 조용하고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수많던 거리의 마사지사들의 자리를 알록달록 택시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여유롭게 일기를 쓰며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하기는 포기하고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맡긴 후(10 Baht) 일단 거리로 나왔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중, 멀리 Floating Market (2시간)을 가기 보다는, 여유롭게 거닐며 왕궁을 가기로 했다.
일단 강가를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다가와 어디어디를 둘러보면 좋은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태국 아저씨.
가만히 듣고 있자니, 1000 Baht 주고 Long tail Boat를 타란다.. 흠.
안 타겠다고 돌아서는데 800 Baht, 700 Baht로 계속 혼자서 가격을 낮춰 부르던 아저씨. 대체 원래 가격이 얼마지.
조금 더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보트 선착장이다. 15 Baht에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강을 좌우로 오가며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보트는, 이곳에서는 관광 상품을 넘어 운행 수단으로서도 한 몫 하고 있는 듯 했다.
어디서 내려야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타고 강을 따라 흘러흘러 가는 지금이 참 좋았다.
같이 타고 가는 어린 백인 아이가 방긋 웃으며 인사도 해주고, 손도 잡아주고. ^^
궁전 같아 보이는 곳을 지난 것 같아, 서둘러 내렸다.
다시 강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큰 화훼시장이 나왔다.
태사랑 카오산 로드 주변 지도에서 본 Flower market. (왓포, 왕궁보다 조금 밑에 위치해 있다)
목만 똑 잘린 수 많은 예쁜 꽃들을 뭉텅이씩 파는, 영화에 나올법한 현지 느낌 물씬 풍기는 재래 시장.
왜 목만 그렇게 잘라서 파는건지, 장식용인가.
그렇게 궁금해하며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현지인들의 재래시장을 뚫고 지났다.
날씨가 더워 생과일 쥬스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도 꽤 지났는데, 카오산에는 그리 많던 게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일단 눈에 보이는 얼음 위 망고를 하나 샀다. 헐.. 뜨뜻하고 텁텁하다. 필리핀이랑 망고가 다른가..
어찌어찌 고양이 많은 왓포에 도착했다. 굉장히 큰..와상도 보고, 시원한 1 free drink로 목도 축이고 왕궁으로 다시 향했다.
가는 길 너무 덥고 목이 말라, 아이스 카푸치노 한잔. 굿..
왕궁에 도착해, 400 Baht를 내고 또 더운 바깥에 있을 것인지 고민하기도 전에, 입구에서부터 반바지로 인해 저지를 당했다.
더위에도 지친 탓에 겸사겸사 왕궁은 Pass.
난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고싶을 뿐 다른 데는 그닥 끌리는 유적지는 없다.
물어물어 44번 버스를 타고 짜뚜짝 시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에어컨 버스였다. (에어컨 버스와 창문 버스가 구분되어 있다)
일단 버스를 타긴 하였으나, 어디서 내리는 지를 몰라 앞 사람에게 물으니 20분정도 더 가야한다고.
그리고 20분쯤 지나 물으니, 곧 내리면 된다고. 그리고 이제 내리라며 알려준 여자.
먼저 내려서는 내가 내리자, 말을 걸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괜찮다면 짜뚜짝 시장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땡큐, 나 좀 먹히나..ㅋ 이름은 밍. 25살이란다. 88년생. 태국인처럼 생기지 않은 외모에, 한국어는 배운지 2달 정도 되었다고.
더위와 갈증에 지쳐 망고쥬스와 수박쥬스부터 마시고(밍은 한사코 안마시겠다고 했지만 결국 먹었다),
밍의 안내로 유명하다는 국수집으로 갔다.
이름을 읽을 수 없는 메뉴판을 보고, 고기 국수와 해물 국수, 샐러드를 먹고나니.. 잘못 들은줄 알았다.
시장 구석에 있는 가게에서 먹었는데, 3인분 400 Baht를 달라고. ㅋㅋㅋㅋ.
그 때만 해도 난 태국이 물가가 참 싼 곳인 줄 알았기에 좀 놀라줬다.
물도 안주고 사먹으라 하고 그렇게 맛있는 지도 모르겠던데, 정말 유명한데 데려다준건가 하는 생각까지. ㅋㅋ
태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싼 거였다. 많이 아니고 조금.
배를 퉁퉁 튕기며 거니는 짜뚜짝 시장은, 딱 동대문 거리 시장 분위기였다. 옷과 가방, 모자 등이 주였다.
구경을 조금 더 하다 만난 밍의 동생, 레키. 밍보다 조금 더 이쁘더랬다. ㅎ
다같이 기념사진을 한방 박고, 연락처를 주고 받은 후, 그 둘은 타투샵(헤나한다니깐-_-;;)으로 안내해주고 떠났다.
큰 모자, 헝겊 가방, 그리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사려했으나, 비도 내리고 그닥 끌리는 것도 없어 다 Pass.
아까 본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아무데서나 일단 샀더니, 역시.. 아무거나 사먹으면 안된다.
이상한 젤리와 땅콩을 얹은 코코넛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다시 버스정류장을 물어물어 3번 버스를 타고 카오산 로드로 왔다.
어제 밤과는 또 다른, 그리고 아침과도 다른 한낮의 카오산.
몇곳을 둘러보고 오니, 카오산이 특별하다는 걸 더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들과는 다른 여행자들의 장소라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헤나샵으로 가, 이름을 박았다. 400 Baht 부르는 것을 반 값으로 깎았다.
헤나를 해주던 이는 온 몸에 색색깔 컬러풀한 문신을 한 여 타투이스트. 특히 드래곤볼 주인공들이 기억에 남는다.ㅋ
목에 하고 싶었으나, 이름이 길어 주름 지고 이쁘게 안된다길래 그냥 팔뚝에.
목 뒤에 해볼 껄 그랬다는 후회가 좀 남는다.
이름을 팔뚝에 큼지막하게 박고 돌아다니니, 거리에서 여기저기 이름을 부른다. 음.. 좋은건가.
마사지도 받고 싶었으나 시간이 부족해, 숙소에서 짐을 찾고는 바로 택시를 타고 후아람퐁 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잠깐 화장실에 들러 렌즈를 빼고 이를 닦다가 헤나에 물이 묻어 번졌다-_-;)
이것저것 기차에서 먹을 거리들을 사고 기차에 올랐다.
1층 침대에 앉아 구아바와 파인애플, 소시지를 먹으며 일기를 썼다.
(2층은 아무래도 불편한 것 같다.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1층을 하길 잘 한듯.)
더 나이먹기 전에 가족들과 같이 자유여행을 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여행비 결산>
짐 맡김 10 Baht
보트 15 Baht
마른망고 20 Baht
왓포 입장료 100 Baht
아이스 카푸치노 80 Baht
44번 버스 15 Baht
망고쥬스 35 Baht
국수 150 Baht
코코넛 아이스크림 35 Baht
3번 버스 13 Baht
와인 스파클링 32 Baht
요구르트 10 Baht
헤나 200 Baht
택시비 60 Baht
소시지,구아바,사이다 100 Baht
기차비(방콕->농카이) 740 Baht
<여행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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