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法學)/형법2021. 4. 26.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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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자신의 조카 A10를 저수지에 빠뜨려 살해할 작정으로 그를 저수지로 데리고 가서 함께 걸었다. 그런데 A를 저수지로 밀기 전에 A가 스스로 미끄러져 물에 빠지자 A를 구하지 않고 그가 익사할 때까지 방관했다. 을 살인죄형법250①)로 처벌할 수 있는가?

 

. 쟁점의 정리

- 살인죄(형법250)의 구성요건은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

- 사안의 경우, A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발생한 상황에서, 갑이 구호하지 않은 부작위를 작위인 살해와 동등한 것으로 보아 살인죄의 실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부작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250조 제1, 18)의 성부

1. 문제점

- 부진정 부작위범이란 작위범을 부작위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 사안에서 A에 대한 구호라는 부작위가 작위로서의 살해행위(형법250)와 형법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그 실행행위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이를 부작위의 (작위)동가치성이라 한다.

- 부작위의 작위동가치성이 평가되기 위해서는 법적 작위의무의 위반(부작위 행위자가 살인죄의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인 사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지는 자이어야 한다), 법적 작위의무의 이행가능성(그 부작위행위가 그러한 법적 작위의무에 따른 물리적인 조치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 또한 A를 구호하지 않은 부작위에 작위동가치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살인죄(형법250)의 구성요건적 행위로서의 살해행위가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따라서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기 위한 그 밖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구성요건적 결과로서의 사망의 사실, 살해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2. 부작위의 작위동가치성 인정여부

(1) 법적 작위의무의 위반

- 형법 제18조에 따르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것 또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 부진정 부작위범에 있어서 법적 작위의무에 대하여 학설은 형식설(법령,법률행위,조리 등에 의해 법적작위의무 인정), 실질설(법의 존재형식보다는 피해자 내지 피해법익에 대한 사회생활상의 특별한 관계에 착안하여, 의존관계 내지 신뢰관계에 근거하여 법적 작위의무 인정), 배타적 지배 또는 보호의 인수설(기본적으로는 형식설을 취하면서도 실질적인 측면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이 대립한다.

- 판례는 법령·법률행위(계약),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이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는 있다고 하여 형식설의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안에서 은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유인하여 함께 걷다가 조카 A가 스스로 미끄러져서 물에 빠진 것이므로, 형식설에 따르면 A를 구호하여 주어야 할 조리상 작위의무 및 선행행위로 인한 법적인 작위의무가 인정된다. 실질설, 배타적 지배설을 따르더라도 의 조카인 A의 의존·신뢰관계로 인해 법적인 작위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 어느 학설을 따르더라도 법적 작위의무가 발생한다.

(2) 법적 작위의무의 이행가능성

- 법적 작위의무의 위반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 법적 작위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일반인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판례는 법적 작위의무에 따라 기대되는 작위가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경우에만, 그 위반으로서의 부작위에 관해 부진정 부작위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 사안에서 은 저수지에 빠진 A의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

(3) 소결

- 사안에서 조카 A가 물에 빠진 후에 숙부인 이 그를 구호하지 않은 채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행위(부작위)A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평가될만한 살인의 실행행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3.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여부

- A가 사망하였으므로 살인죄의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하였다.

4. 인과관계의 인정여부

- 부진정 부작위범은 결과범에 해당하므로 구성요건적 부작위와 결과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된다.

- 판례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 사안에서 A가 저수지에 빠졌을 때 구하지 않고 익사할 때까지 방관했다는 것으로 보아 A를 즉시 구조하였더라면 A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의 구성요건적 부작위와 A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충족된다고 평가된다.

5. 살인의 고의 인정여부 미필적 고의

- 판례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하며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 용인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사안에서 은 처음부터 살해할 작정으로 A를 저수지에 데리고 갔고,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수지에 빠진 A를 구하지 않고 방관하였는 바 에게는 A의 사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다고 보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

 

. 사안의 해결

- A의 사망에 대하여 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모든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는 바, 살인죄의 죄책을 부담한다. (사안에서 위법성조각사유 및 책임조각·감경 사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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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法學)/형법2019. 3. 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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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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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상대방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그 직무집행을 방해할 의사가 있어야 인정할 수 있다

X ;

새로 목사로서 부임한甲이 전임목사에 관한 교회 내의 불미스러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를 교회집사들에게 물어본 경우 명예훼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X ;

장물취득죄에 있어서 장물의 인식은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므로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는 부족하다

X ;

야간에 신체의 일부만이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하에 타인의 집의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행위를 하였다면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인정되지 않는다

X ;

이성혼숙하려는 자의 외모나 차림 등을 보아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 그들이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듣고는 구두로 연령을 확인하여 이성혼숙을 하게 하였다면. 이 경우는 청소년 이성혼숙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것이다.

X ;

유흥업소 업주가 고용대상자가 성인이라는 말만 믿고. 타인의 건강진단결과서만 확인한 채 청소년을 청소년유해업소에 고용한 경우 청소년 고용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

O ;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

O ;

정기적성검사 미필로 면허가 취소된 자가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운전면허증 앞면에 적성검사 기간이 기재되어 있고 뒷면 하단에 경고문구가 있으므로 면허 취소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

X ; 정기적성검사 미필은 행정처분상 무면허운전 해당O, 형법상 무면허운전 해당X / 도로교통법 제109조 제1호, 제40조 제1항 위반의 죄는 유효한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면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이른바 고의범이므로, 기존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더라도 운전자가 면허취소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이상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관할 경찰당국이 운전면허취소처분의 통지에 갈음하는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운전자가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이 경우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는지는 각각의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강도가 베개로 피해자의 머리부분을 약옆간 누르던 중 피해자가 저항을 멈추고 사지가 늘어졌음에도 계속 눌러 사망하게 한 경우 살인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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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결과적 가중범, 부진정부작위범

 

◇ 설    문

甲은 상해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벌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고 A교도소에 유치되었다. 어느 날 교도소 밖에서 작업을 하던 중 甲은 교도관의 눈을 피하여 도망치는 데 성공하였다. 甲은 숲길을 산책하던 소녀 丙을 발견하고 욕정을 느낀 나머지 간음하기 위하여 그를 잡고 숲으로 들어갔다. 丙이 반항하자 甲은 그의 목을 졸랐다. 丙이 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甲은 수건을 꺼내어 그의 목을 매어 잡아당긴 후에 간음하고 도주하였다. 길을 지나가던 B가 丙을 발견하고 부근에 있는 의사 乙에게 달려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丙을 구조하여 달라고 하였으나, 乙은 병원을 비울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B는 경찰서에 연락하여 구급차를 불렀으나 丙은 이미 사망한 후였다. 乙이 구조하였으면 丙은 소생할 수 있었다. 甲과 乙의 죄책은?

 

 

Ⅰ. 설문의 검토

 

먼저 甲이 유치되어 있던 교도소에서 도주한 것이 형법상 도주죄를 구성하는가가 문제된다. 또한 병에 대한 간음행위와 병의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甲의 고의의 인정여부에 따라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사죄 또는 고의범인 강간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안에 있어 甲의 확정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경우 미필적 고의의 인정여부가 甲의 죄책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을의 죄책에 대해서는 먼저 특별법인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위반되는가가 문제된다. 의료법위반이 성립되면 법령에 의한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을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을에게 병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보증인의 의무가 있는가, 즉 보증인지위의 인정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Ⅱ. 죄명의 정리

甲 : 도주죄의 성립 여부, 강간치사죄 또는 강간살인죄의 성립 여부 검토

을 : 의료법 제15조 위반 여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의 성립 여부 검토

 

 

Ⅲ. 관련 조문

형법 제145조 [도주] ①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도주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동법 제15조 [사실의 착오] ②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동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동법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 제297조 내지 제300조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동법 제250조 [살인] ①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동법 제271조 [유기] ①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법 제275조 [유기등 치사상] ①제271조 내지 제273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 금지 등] ①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②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응급환자"라 함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기타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로서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자를 말한다.

동법 제6조 [응급의료의 거부금지 등] ①응급의료기관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상시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한다.

②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중에 응급의료를 요청 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한 때에는 즉시 응급의료를 행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Ⅳ. 甲의 죄책에 대한 검토

 

1. 도주죄의 성립 여부

甲의 도주죄 성립 여부는 甲이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도주죄는 법률에 의하여 체포·구금된 자가 스스로 도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국가의 구금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범죄이다. 결국 甲이 법률에 의하여 체포·구금된 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도주죄의 주체인 “법률에 의하여 체포·구금된 자”는 적법한 절차와 권한에 의하여 신체의 자유를 구속받고 있는 자를 말한다. 여기에는 자유형을 집행받고 있는 자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된 피고인·피의자, 긴급체포된 자, 환형처분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자가 포함된다. 甲의 경우 형식적으로 적법한 판결에 의하여 환형처분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자이므로 도주죄의 주체에 해당한다.

도주행위가 있을 당시 甲은 교도소 밖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교도소를 벗어난 상태를 체포·구금상태로 볼 수 있는가도 문제가 된다. 도주죄는 체포자·간수자의 실력적 지배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을 때라야만 기수가 되므로 甲과 같이 교도소 밖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는 여전히 구금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甲의 행위는 형법상의 도주죄를 구성한다.

 

2.강간치사죄 또는 강간살인죄의 성립여부

甲은 병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병을 간음하였으므로 강간죄의 성립여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병의 사망과 甲의 행위와의 관계인데 甲이 병의 목을 조르는 행위에 甲의 고의가 인정될 것인가 여부에 따라 강간치사죄 또는 강간살인죄가 될 수 있다.

 

(1)강간치사죄의 성립 여부 - 결과적 가중범

a)결과적 가중범의 정의

강간치사죄는 강간죄의 결과적 가중범이다. 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부녀를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때의 폭행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통설인 고의·과실의 결합설에 의하면 기본범죄인 강간과 중한결과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다시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하여 과실이 있어야 비로소 강간치사죄가 성립한다. 이 때 인과관계는 간음행위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수단인 폭행·협박에 의하여 일어난 경우도 포함한다.

 

b)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인과관계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1)중한 결과에 의한 형의 가중을 제한하기 위하여 결과에 상당한 조건에 대하여만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상당인과관계설(판례)과, 2)중한 결과가 선행된 행위에 시간적으로 뒤따른 외부세계의 변화로서 기본범죄에 합법칙적으로 연결된 것일 때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합법칙적 조건설(다수설)이 대립된다. 상당인과관계설은 ①상당성의 기준이 모호하고 ②인과관계의 개념을 객관적 귀속에까지 부당하게 확대하고 있으므로, 합법칙적 조건설이 타당하다.

 

c)결과에 대한 과실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어야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는데 이 때의 과실은 예견가능성을 의미한다. 행위자가 기본범죄를 고의로 행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중한 결과의 발생에 대한 회피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견가능성의 체계적 지위에 대한 이중적 지위설에 의하면 평균적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객관적 예견가능성은 구성요건요소에, 구체적 행위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주관적 예견가능성은 책임요소에 속한다.

 

d)사안에의 적용

甲이 병의 목을 조른 행위는 객관적으로 병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폭행에 해당하고 이러한 폭행으로 인하여 병이 사망한 것이므로 인과관계의 판단기준에 대한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을의 부작위는 별론으로 한다) 또한 목을 조르는 행위는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하므로 甲은 병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甲에게 강간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

 

(2)강간살인죄의 성립 여부 - 미필적 고의

그런데 甲이 병의 목을 조르는 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예견가능성(과실)을 넘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사죄가 아닌 단순고의범인 강간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간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있는 반면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훨씬 중하게 처벌하므로 고의의 인정여부는 중요한 사안이 된다. 다만 甲에게 병의 살인에 대한 확정적 고의는 명백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a)의의

미필적 고의란 행위자가 객관적 구성요건실현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또한 그것을 감수·용인하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의 고의를 말한다. 과실범의 처벌과 관련하여 인식있는 과실과의 구별이 문제된다.

 

b)학설

①개연성설은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개연성을 인식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단순한 가능성을 인식한 경우에는 인식있는 과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연성과 가능성의 명확한 구별기준이 없고 단순히 개연성에 대한 인식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②용인설은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경우는 미필적 고의이고, 용인하지 않은 경우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용인이라는 정서적·감정적 요소를 결과에 대한 실현의사라는 고의의 의지적 요소와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판례)

 

③감수설은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때에는 미필적 고의가 되고,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견해이다. 일상언어적으로 용인과 감수 모두 어떤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므로 사실상 용인설과 구별이 어렵다

 

통설과 판례는 용인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c)사안에의 적용

甲은 병이 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건까지 꺼내어 병의 목을 졸랐으므로 병의 사망을 용인 내지 감수할 의사는 명백히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개연성설에 의하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甲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甲의 행위는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사죄가 아닌 고의범인 강간살인죄에 해당한다.

 

*참조 - 강간치사죄와 강간살인죄의 관계

기존 판례는 강간치사죄를 부진정결과적 가중범으로 보아 살인의 고의로 부녀를 간음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살인죄와 강간치사죄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95년 형법개정으로 강간살인죄가 신설됨에 따라 강간치사죄는 진정결과적 가중범이 되었다.

 

3.결론

결국 甲의 행위는 도주죄와 강간살인죄 구성하고 양죄는 경합범의 관계에 있게 된다.

 

 

Ⅴ.을의 죄책

1. 의료법위반죄의 성립 여부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와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며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해야 한다. 을의 경우 B의 설명에 의해 병이 응급환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을에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병을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료법위반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다만 병원을 비울 수 없다는 사정이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는데 병원에 달리 치료해야 할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먼저 병원에 있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무의 충돌이론에 의하여 병원에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의무와 병에 대한 응급치료의무를 형량하여 전자의 의무가 후자의 의무보다 고가치라고 판단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2.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의 성립 여부

1)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요건

을이 병에 대한 구조의무 내지 치료의무를 거절한 것을 병에 대한 살인 또는 유기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에 따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작위로 규정된 구성요건을 부작위로 실행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증인지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을때 을에게 병의 사망에 대한 고의(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고의가 인정되면 살인죄,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유기치사죄가 성립한다.

 

2)보증인지위

보증인지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작위자에게 작위의무(보증인의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증인지위의 발생근거에 대한 형식설(판례)에 따르면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 및 조리’로 인해 작위의무가 발생하므로 을의 의무는 법령(의료법 제15조)에 의한 작위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보증인지위의 발생근거에 대한 실질설은 보증인의무를 다시 일정한 법익을 보호해야 할 보호의무와 위험의 원천을 감시해야 할 안전의무로 나누고 있다. 보호의무에 의한 보증인지위는 다시 ①가족적 보호관계, ②긴밀한 공동관계, ③보호기능에 대한 자의적 인수로 나뉘는데 이에 따르면 을과 병은 가족적 보호관계나 긴밀한 공동관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을의 보증인의무는 보호기능의 인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을은 병의 구조에 대한 B의 요청을 거절하였을 뿐 적극적으로 치료를 개시하여 다른 의사의 개입을 차단하거나 하지 않았으므로 자의적 인수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형식설과 실질설을 모두 고려하는 결합설(다수설)에 의하면 을의 보증인지위를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을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3)행위정형의 동가치성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요건으로 보증인지위와 함께 행위정형의 동가치성이 문제된다. 하지만 이 사안에서 살인죄는 단순결과범이므로 동가치성이 문제되지 않고 유기죄는 구성요건 자체가 부작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또한 동가치성이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행위정형의 동가치성을 논할 실익은 없다.

 

4)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부진정부작위범의 경우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와 관련하여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이 문제된다. 사안의 경우 을이 구조하였더라면 병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 있다. 부작위범의 인과관계는 부작위범에게 가능한 행위(구조행위)가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느냐가 문제되므로 을의 부작위와 병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합법칙적 조건설)

한편 객관적 귀속의 경우 3가지 정도의 기준이 제시되는데 ①위험의 창출 또는 증대, ②위험의 실현, ③규범의 보호범위가 그것이다. 사안의 경우 위험의 실현만이 문제가 되는데 위험의 실현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예견가능하고 지배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객관적 귀속 또한 인정된다.

하지만 을에 대한 보증인지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인과관계와 객관적귀속에 대한 논의는 실익이 없다.

 

 

Ⅵ.결론

갑에게는 우선 도주죄가 성립한다. 또한 미필적 고의에 대한 용인·감수설에 의할 때 병의 사망의 결과에 대해 고의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사죄가 아닌 고의범인 강간살인죄가 성립한다.

 

을에게는 병원을 벗어나 병을 구조·치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의료법위반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형식적·실질적으로 검토하였을 때 을에게 병의 생명을 보호할 보증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을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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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IBOMB
법학(法學)/형법2010. 4. 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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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의, 과실의 체계적 지위

목적적 행위론은 인간의 행위를 목적적 활동으로 보고 행위의 내용이 되는 의사를 행위개념에 넣고 이것이 바로 구성요건의 요소로 되며 또한 위법성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고의, 과실은 구성요건의 요소 및 위법요소로 취급되어 구성요건론 및 위법성론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의, 과실을 구성요건론 이나 위법성론에 위치세키게 되면 구성요건 및 위법성의 실체가 불확실해지고 그 판단이 자의에 흐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원칙적으로 구서용건, 위법성론에서는 배제하고 책임론에 위치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성요건 및 위법성 판단의 객관성 및 명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요건론에서는 그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개개 구성요건을 구별 지우는 기능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구성요건적 고의 및 구성요건적 과실이라는 자리를 인정할 수는 있다.



2. 고의의 종류-미필적 고의, 인식있는 과실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은 인식했으면서 그 결과가 발생되어도 괜찮다는 심리상태 아래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결과에 대한 이해정도가 필연적이지 않다는 측면에서 미칠적 고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과의 구별이 문제가 되는데 인식있는 과실이란 결과발생의 인식이 없는 통상적인 과실과는 달리 결과발생의 가능성은 인식했으면서도 경솔하게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행위하여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이다. 예를 들면, 운전을 하다가 도로횡단 중인 통행인이 지나가는 걸 보았으나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여 충분히 비껴 갈 수 있으리라 행각하고 운전하다 통행인을 친 경우이다.


이 둘은 마지막 순간에 결과가 발생되리라고 생각했느냐에 따라 구별하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즉,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국에는 결과가 발생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미필적 고의이고, 경솔하게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행위 했다면 인식 있는 과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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